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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0대 박씨 프랜차이즈 폐업기 “딱 1년만에 2억 날렸다”

등록 2019-03-20 05:00수정 2019-03-20 09:59

[자영업 약탈자들② 창업컨설팅-프랜차이즈 공생관계]

옷가게 하다 버거워 전업 결심
창업컨설팅업체서 업종 추천받아
“좋은 상권 봐줄테니 본사 비용에
컨설팅비 1천만원 더 얹어 달라”

2억 들여 테이크아웃 매장 개업
석달만에 적자, 인건비도 못 건져
“울화에 우울증…권리금 포기하고 폐업”

비슷한 시기 창업 6명 중 5명 폐업
“초보라면 특히 프랜차이즈 피하라”

▶영상 바로가기: http://youtu.be/8BTKvHtJ8vk

옷가게를 운영하던 50대 박민수(가명)씨는 혼자 하는 장사가 버거웠다. 옷을 떼 오고 파는 과정도 고되고, 끊임없이 변하는 유행을 따라가기가 무엇보다 쉽지 않았다. 좀 더 쉬운 장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카페를 알아봤다. 애초 관심을 가졌던 카페는 한창 매장을 확장해가던 ‘ㅂ다방’이었다.

2016년 5월, 박씨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한 창업컨설팅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ㅂ다방’과 ‘ㄱ주스전문점’ 매물을 갖고 있던 업체였다. 전화를 받은 이는 뜻밖에도 창업컨설턴트이자 ㄱ주스전문점 외부협력부 총괄팀장이라고 했다. 그는 “풀오토(주인이 운영에 개입하지 않는 대신 관리자를 두고 수익만 가져가는 방식) 운영해도 매출은 3천만원 이상, 순수익은 무조건 월 1천만원 이상”이라며 “본사에서 다 해주기 때문에 초보 창업자들도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ㄱ주스전문점 팀장인 자신을 만난 건 천운이라며 “특별히 좋은 상권에 자리를 봐 줄 테니 본사 비용에 컨설팅비로 1천만원만 더 얹어 달라”고 했다. 정말 본사 직원이 맞느냐고 묻자 “본사에서 직접 위탁받은 업체니 사실상 본사나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박씨가 10평 남짓의 테이크아웃 매장을 여는 데는 2억원이 넘게 들었다. 권리금 7천만원과 보증금 5천만원이 가게를 얻는 데 필요했고, 프랜차이즈 본사에 가맹비와 교육비 각 500만원, 시설·집기 3천만원을 넘겼다. 인테리어는 10평 기준 2천만원일 거라고 들었는데, 본사가 실제 청구한 금액은 2배가 넘는 4600만원이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상점에 ‘점포정리’를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 시장에선 한 해 100만여명이 창업하고 80만여명이 폐업한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상점에 ‘점포정리’를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 시장에선 한 해 100만여명이 창업하고 80만여명이 폐업한다. 사진 연합뉴스
박씨는 무조건 순수익 1천만원이라는 창업컨설턴트의 말이 허황된 것임을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알게 됐다. “개업 첫 석 달만 적자를 면했다. 풀오토는 고사하고 주말도 없이 부서져라 일했지만 월 500만원도 가져가지 못했다”며 “그나마 여름 성수기가 끝난 9월부터는 하루도 안 쉬고 일해도 월 200만~300만원의 적자가 났다.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는 장사가 끔찍했다”고 말했다. 7천만원의 권리금이라도 회수하고 그만두려 매장을 다시 컨설팅업체에 내놓았지만 권리금만 깎을 뿐 팔아주지 않았다. “울화가 치밀더니 우울증이 생겼고 이러다가 병나 죽겠구나 싶어 건강이라도 지키잔 마음으로 권리금조차 포기하고 폐업했다.” 한 푼도 못 건지고 망하기까지 딱 1년이 걸렸다. 컨설턴트의 말에 홀려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돈을 날렸다. 매출이나 순익 등 컨설턴트가 말했던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게 많았지만 그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박씨가 지불한 창업비용 가운데 컨설턴트가 가져간 돈은 대략 15%가량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건 아니다. 박씨가 자신이 왜 망했는가를 따져보며 맞춰본 금액이다. 컨설팅업체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물밑 계약을 맺고 이중으로 수수료를 가져간다. 박씨한테서 1천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데 이어, 박씨가 프랜차이즈에 낸 돈에서 별도로 최소 1천만원의 ‘리턴’(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로부터 받은 가맹비 등의 일부를 컨설팅비로 지급하는 것)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폐업하고 나서야 ‘리턴’의 존재를 알게 된 박씨는 아마도 인테리어 비용을 부풀려 돈을 뜯어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ㄱ주스전문점 가맹점 확장만으로 10억원을 넘게 벌었다는 컨설턴트도 있을 정도다. 한 창업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본사에 입금하면 컨설팅업체가 그 금액의 10% 이상을 받는 구조”라며 “한 달에 100곳 넘게 오픈한 컨설턴트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창업했던 6명 가운데 5명이 가게 문을 닫았다. 박씨는 “1년 남짓 운영해 보곤 5명이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다. 마지막 한 명은 권리금이라도 받고 나가겠다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없다. 전 재산을 담보로 맡기기엔 불안한 존재들이다. 여기에 창업컨설팅 업체까지 끼어들면 더 진창이 된다. 망하는 지름길이다. 초보 창업자라면 프랜차이즈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초보라면 특히 프랜차이즈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완 장나래 기자 funnybone@hani.co.kr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영상 바로가기: http://youtu.be/8BTKvHtJ8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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