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약탈자들②
‘떴다방 프랜차이즈’ 뒤에 ‘공범’ 창업컨설팅 있었다]
프랜차이즈와 계약한 컨설턴트
자영업 시작하려는 손님 유인
수익 부풀린 뒤 수수료 챙겨
현혹된 창업자들 수렁속으로
“굳이 카페 창업할 이유 있나요”
순수익 “월 600만원”“무조건 돈 번다”
가맹점주들은 이중수수료 내는 ‘호갱’
‘떴다방 프랜차이즈’ 뒤에 ‘공범’ 창업컨설팅 있었다]
프랜차이즈와 계약한 컨설턴트
자영업 시작하려는 손님 유인
수익 부풀린 뒤 수수료 챙겨
현혹된 창업자들 수렁속으로
“굳이 카페 창업할 이유 있나요”
순수익 “월 600만원”“무조건 돈 번다”
가맹점주들은 이중수수료 내는 ‘호갱’
▶영상 바로가기: http://youtu.be/8BTKvHtJ8vk
“굳이 카페를 창업해야 하는 이유가 있으세요? 사장님한테 딱인 매물이 있는데.” 중요한 건 업종이 아니라 돈 아니냐는 창업컨설턴트의 말에는 거치적거림이 없었다. 강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서울 시내 카페 창업 희망자를 경기 남부권 신도시 프랜차이즈 필라테스 업소로 데려갔다. 출퇴근이 가능할까 싶은 50여㎞ 남쪽, 필라테스라는 업종마저 낯설었다.
그 거리감과 낯섦을 극복한 건 ‘속도’였다. 40평(약 132㎡)이 넘는 공간을 둘러보는 데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필라테스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는 이미 카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쉴 새 없이, 격렬한 욕망 자극이 이어졌다. “풀오토(주인이 운영에 개입하지 않는 대신 관리자를 두고 수익만 가져가는 가게)로 한달 수익은 1천만원 이상이라 카페랑은 비교 자체가 안 돼요. 출근도 안 하시고, 그냥 복덩이 매장 가져가시는 거예요.” 경기 남부권과 인천에서 십여개의 필라테스, 헬스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본사 대표의 입에서 장밋빛 수익 전망이 자동응답기처럼 흘러나왔다.
창업컨설턴트 김형수(가명·40대) 팀장을 그날 처음 만났다. 김 팀장을 알게 된 건 인터넷 창업사이트를 통해서였다. 지난 1월 말, ‘1억 예산으로 서울에서 카페 창업’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어렵지 않았다. 포털사이트에서 ‘카페 창업’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열군데가 넘는 창업사이트가 상단에 떴다. 창업컨설팅 업체에서 한달에 수백만원을 들여 노출하는 ‘스폰서 광고’ 사이트다. 이 중에 국내 최대 창업컨설팅 업체가 올려놓은 매장들의 조건을 살펴본 뒤 예산이 맞는 서울권 카페 두곳을 추렸다.
맨 처음 관심을 가졌던 카페가 김 팀장의 매물이었다.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인데 총 창업비는 7천만원이면 된다고 했다. 주인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풀오토 매장’이었는데, 한달 순이익은 ‘안정적 600만원 보장’이라고 했다. 첫 통화에서 매장을 설명하는 김 팀장의 목소리는 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했다. “유동인구가 끊이지 않는 역세권에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이라 무엇보다 안정적”이라며 “여성 창업자나 초보 창업자에게 최적화된 물건”이라고 했다. 주인이 손댈 필요도 없고 수익도 안정적인 매장이라면 왜 싸게 파는 것일까 궁금할 무렵, 김 팀장은 “계신 곳이 어디냐”며 “급하게 나온 매물이라 빨리 연락 주지 않으면 팔릴 수 있다”고 결심을 재촉했다. 7천만원만 투자하면 일하지 않고도 월 6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이 의심스러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도 커졌다.
며칠 뒤 전화를 걸어 카페를 보러 가겠다고 하자 김 팀장은 “안타깝게도 이미 매매가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금액으론 안 되는 거였어요. 주인이 총 창업비용이 아니라 권리금만 적어둔 거예요.” 김 팀장은 준비한 듯 ‘대안’을 제시했다. “엇비슷한 금액으로 할 수 있는 더 좋은 매장을 소개해주겠다”며 추천한 곳이 프랜차이즈 필라테스 업소였다.
지난해 12월 초 문을 연 업소는 깔끔했다. 2개월 정도 직영점으로 운영하다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했다. 본사 대표는 이미 충분한 회원 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개장 전부터 70~80% 세일 행사를 해서 150여명의 회원을 모았다는 설명이었다. 이상했다. 필라테스는 수강료가 상대적으로 고액이며, 장기로 등록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미 팔아버린 3~12개월 회원권 수익을 본사가 가져가면, 수강료 수익 없이 강사료와 임대료를 주며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본사 대표는 “재등록 비율이 높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자신들이 프로모션을 통해 등록 회원 수를 늘려놓았으니 당연히 재등록자가 나올 거라는 ‘기적의 논리’였다. 김 팀장이 거들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헬스, 요가, 필라테스 같은 경우는 모아놓은 회원이 그대로 자산이 된다”며 “유효 회원을 본사가 다 모아놨으니 그 부분이 권리금이 되는 것이고 이후에도 본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까 매장에 나오셔도 하실 일이 없으세요. 그냥 이익만 보고 투자하신다고 생각하세요.”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본사 대표는 “이 매장은 이제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돈이 알아서 굴러 들어오는 매장으로 저희가 세팅을 해놓은 거예요. 원래 안 팔려고 했는데 김 팀장님이 하도 졸라서…. 운이 좋으신 거예요. 제가 개인적으로 프랜차이즈 매장을 30개까지 확장할 계획만 아니면 원래는 팔지 않으려고 했어요.”
정말 이 프랜차이즈 매장은 월 1천만원을 벌 수 있을까. 김 팀장으로부터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본사가 처음 개장했을 때 매출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오픈발’(신장개업 효과) 빠지고 회원권 떠안다 보니 환불 문의 등이 잇따랐다”고 했다. 또 “순수익 1천만원은 개장 초기에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운영을 해보면 비용 지출 역시 크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당 프랜차이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창업컨설턴트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프랜차이즈 정보를 확인하라고 했지만, 가맹지점 현황만 나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사이트에 공시된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도 해당 프랜차이즈가 아닌, 대표가 운영하는 다른 프랜차이즈명으로 등록돼 있었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에 대한 정보는 나와 있지 않았다. 창업컨설팅 업체가 제공한 ‘창업물건 보고서’에도 프랜차이즈 정보는 없었다. 알아서 다 해준다는 본사가 어떤 곳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오직 컨설턴트와 본사의 말만 믿고 계약해야 하는 비밀스러운 프랜차이즈였다.
다른 창업사이트를 통해 연락한 두번째 점포도 카페 대신 신규 프랜차이즈 업체를 추천했다. 창업컨설턴트인 신진호(가명·30대) 팀장은 첫 통화에서 이름마저 생소한 닭강정 프랜차이즈를 권했다. “첫 창업이 망하면 안 되잖아요.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프랜차이즈를 하셔야죠.” 신 팀장이 추천한 프랜차이즈는 매장 자리가 없어 계약금을 내놓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과 계약금을 넣고 대기하겠다는 다른 창업자의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줬다. 이번에도 역시 “시간이 많이 없다. 이걸 빨리 아시는 분만 돈을 벌어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풀오토였다. “가끔 매장 잘 돌아가나 보러 가서 닭이나 드시면 월 순수익은 무조건 1천만원부터 시작”이라고 자신했다.
닭강정 프랜차이즈가 너무 생소한 업체라고 난색을 표하자 마지못해 카페 한곳을 보여줬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테이크아웃형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하지만 이 카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닭강정 업체 추천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심지어 이 카페를 파는 주인도 닭강정 매장을 3곳으로 늘리기 위해 며칠 전 급히 가게를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모든 소액 창업은 이제부터 닭강정으로 수렴되어야만 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취재 결과 신 팀장이 보여준 상암동 카페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넘게 매장을 창업컨설팅 업체에 내놓았고, 3번이나 권리금이 조정된 상태였다. 신 팀장은 “굳이 닭강정을 안 하고 카페를 하신다면 그나마 이 카페가 제일 수익이 낫다”고 말했지만, 그 카페 주변 160m 반경 안에 무려 38곳의 카페가 밀집해 있어 가히 ‘카페 지옥’이라 부를 만한 입지였다.
창업컨설팅 업체가 초보 창업자를 프랜차이즈로 유인하는 이런 방식을 ‘감아오기’라고 부른다. 신 팀장은 자신을 해당 닭강정 프랜차이즈 본부장이라고 소개했다. 음료 프랜차이즈 업체 총괄팀장 명함도 갖고 있었다. 창업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컨설턴트들은 아예 프랜차이즈 회사 지분을 소유하거나 계약 건당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컨설턴트가 프랜차이즈 본사 내에 본부를 차려 가맹점 확장 등을 진두지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따로 점포개발팀을 두고 매장 확장에 나설 자금 여력이 없어 창업컨설팅 업체와 공조하는 경우가 많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창업컨설팅 업체가 제 발로 찾아와 100개, 500개 알아서 확장해주겠다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수수료를 과다하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 초기 창업비용을 크게 높이는 구실을 한다”고 인정했다.
창업컨설팅 업체는 계약이 성사되면 이중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창업컨설팅 업체는 가맹점주로부터 300만~10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도 따로 수수료를 받는데, 이 수수료는 사실상 가맹점주가 프랜차이즈 본사에 내는 가맹비에 포함돼 있다. 본사가 가맹점주로부터 받은 가맹비 가운데 1천만원 이상을 컨설팅 업체에 다시 넘기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를 ‘리턴’이라 부른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이런 이중 수수료 구조를 전혀 알지 못한다. ‘호구’로 일컬어지는 초보 창업자는 이들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안정성이 높고 관리도 쉽다는 장점을 앞세워 프랜차이즈로 유인한다. 초보 예비 창업자로서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프랜차이즈는 망할 일이 없잖아요. 본사에서 다 해주기 때문에 하실 일도 없어요”였다. 하지만 창업컨설턴트들이 권한 프랜차이즈들은 직영점 성공 모델이 없는 신규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창업의 이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정책국장인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조차 없는 업체들은 조심하는 게 좋다. 성공한 직영점이 있는지를 확인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며 “성공한 모델 없이 가맹점주를 모집해 실험을 하려는 신생 업체들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쉬운 가맹점 확장이 목표인 신규 프랜차이즈 업체, 가맹점 확장이 돈이 되는 창업컨설팅 업체, 프랜차이즈를 통해 쉽고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창업자의 욕망. 이 세 바퀴가 맞물려 프랜차이즈 떴다방 창업이라는 투전판이 완성된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주스 전문점과 핫도그 매장, 물 건너온 카스텔라 브랜드 등이 금세 시들해진 이유가 여기 있다. 오늘도 창업컨설턴트는 ‘관리 설렁설렁 해도 매출 2천만원 이상 나온다’는 문자메시지를 매일같이 보내며 사장님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장나래 김완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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