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한겨레> 자료 사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외눈’ 발언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장애인 비하가 아니었는데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왜곡한 것”이라는 추 전 장관의 주장에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 비하가 맞다”고 반발하고 있다. ‘외눈’이라는 표현을 ‘편향적이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아 상대방을 비판하고 격하하는 의도로 사용한 발언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앞서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교통방송(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글을 올리며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문제이며 시민 외에 눈치 볼 필요가 없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장애 혐오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장애가 있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언론의 편향성이란 부정적 의미에 ‘외눈’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므로 명백히 비하한 것이고 차별적 언동이다.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극히 일부의 표현을 놓고, 일부 정치인들이 오독하고 왜곡한 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부 정치인들은 ‘외눈’이라는 단어만 쏙 뽑아내 ‘장애인 비하’라고 하면서 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언론들은 정치인의 이런 지적을 기다렸다는 듯이 검증도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며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해당 발언이 장애인 비하가 아니라는 근거로 “접두사 ‘외-’는 ‘혼자인’ 의 뜻도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이란 뜻도 있다”며 접두사 ‘외’의 사전적 의미를 제시했다.
이러한 추 전 장관의 주장은 ‘외눈’을 ‘양눈’에 견줘 부정적인 것으로 표현한 발언 맥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7일 성명을 내어 “특정 장애인이나 장애유형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는 하나 ‘외눈’이라는 신체적 특성에 관한 단어를 ‘편향성’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상대방을 비판하고 비난하며 격하하는 의도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는 정확하게 장애 비하 표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전날 성명을 내어 “추 전 장관은 ‘외눈'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설명하며 혐오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단어만 보면서 차별인 줄 모르는 것은 추 전 장관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어떤 집단의 특성을 특정하는 용어를 부정적인 수사로 활용하는 문제는 일관되게 지적됐다. 정치인들의 이런 발언으로 특정 집단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계속 덧씌워지고, 차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효과도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화 의도와 별개로 장애를 비장애보다 열등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사고가 담긴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전날 성명을 내어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은 ‘의도가 없으면 사용해도 된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추 전 장관은 이번 발언으로 마음이 상했을 장애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추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장혜영 의원의 비판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정의당 대표를 지낸 심상정 의원의 과거 발언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심 의원은 지난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준 법원에 대해 재판부가 “외눈박이식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고, 지난 2016년에는 북한의 핵 실험과 관련해 군 당국을 “눈뜬 장님”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장애를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표현 역시 장애 비하 발언에 해당한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비하와 혐오 발언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근거는 그 말을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누군가의 부적절함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것”이라며 “추 전 장관의 발언은 다른 이를 비난하기 위해 한쪽 눈에 장애를 가진 사람 등을 열등하고 나쁜 존재로 표현했으므로 명확한 혐오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의 발언은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정치인은 일반인보다 혐오 발언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장애인·소수자 혐오 발언이 되풀이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에 대해 권고 결정을 내리며 “정치인은 그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으로 인해 비하 발언이 개인과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모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절름발이 총리' 등의 발언에 대해서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20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 등은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장애 비하 발언에 대해 차별 구제 청구 소송을 냈다. 지체장애인 홍아무개(41)씨는 “외눈이란 표현을 부정적인 의미로 썼던데, 왜 매번 장애인과 연결되는 표현은 누구를 비판할 때 쓰느냐”며 “주변에서 이런 표현을 쓰면 속상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정치나 언론에서 이런 표현을 쓰면 상처를 받게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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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소수자 집단 비하’ 첫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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