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생리대의 모든 유해 성분 규명과 역학조사를 촉구하며 여성환경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생리대를 몸에 붙이고 죽은 듯 바닥에 드러눕는 행위극을 벌였다. 한겨레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시민단체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생리대 ‘릴리안’의 제조사 깨끗한나라가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5부(재판장 이관용)는 10일 깨끗한나라가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환경융합학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전체 기각했다. 재판부는 “생리대 검출시험 결과 공표 과정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 모두 과학적이고 공정했다”며 “여성환경연대의 문제제기는 여성 건강을 위한 공익적 활동에 해당한다. 또 문제제기 뒤 정부와 생리대 회사가 제조 공정 개선을 논의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는 과정 등을 보면 여성환경연대가 요구한 공익성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 근거를 조목조목 짚었다.
여성환경연대는 2017년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생활환경연구실에 의뢰해 생리대 10종의 유해물질 방출시험을 진행했다. 이 시험으로 조사대상 전 제품에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환경연대는 당시 조사대상 제품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일부 언론을 통해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브랜드인 릴리안이 조사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릴리안을 사용한 여성들의 부작용 경험 제보가 이어졌고, 여성환경연대는 이 제보를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생리대 제품을 환불해주고, 생산·판매를 중단했다.
상황이 역전된 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식약처는 같은 해 생리대 내 함유된 물질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깨끗한나라는 2018년 1월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의 행위로 회사의 명예와 신용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환불과 생산중단 조치로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매출이 급감하는 등 재산적·정신적 손해도 입었다”는 입장문을 냈다.
지난달 18일 여성환경연대는 “여성 건강을 지키기 위해 2017년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을 공론화했다. 생리대는 사소한 일이라며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는 기업과 국가의 방기 속에서 여성들의 건강 피해와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생리대 전반에 대한 부작용 원인을 조사하고 유해화학물질을 저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이날부터 2주간 진행한 탄원서 서명운동에는 시민 1만956명이 동참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는 <한겨레>에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를 외쳐온 여성들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소송의 부당함에 공분하며 탄원 서명에 참여해준 1만명이 넘는 시민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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