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 ‘전역 취소’ 판결 끝내 못 듣고…철옹성 군 차별에 희생

2021년을 흔든 7가지 사건 ③ 변희수 전 하사 사망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에 계속 남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숱한 뉴스를 남기며 2021년이 저물어간다.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거나 논란을 빚으며 한국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7가지 사건을 꼽아봤다.

인권에 ‘나중’은 없었다.

올해 3월3일 변희수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성전환 수술 뒤 날아든 ‘강제 전역’ 처분을 되돌리기 위해 군과 싸우던 중이었다. 꼭 1년 전 <한겨레> 인터뷰에서 “기갑의 돌파력으로 그런 차별을 없애버릴 수 있다”고 했던 그였지만, 군의 차별은 철갑보다 단단했다.

1998년생 변 전 하사는 2017년 3월 육군 부사관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군 복무는 적성에 맞았고 기량도 탁월했지만 ‘성별 위화감’으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깊어져 갔다. 상관의 허락 뒤 2019년 11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유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해 1월22일 육군은 ‘심신장애 3급’이라며 그를 전역시켰다. 이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던 변 전 하사는 결국 지난해 8월 강제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첫 변론을 한 달여 앞두고 세상을 등졌다.

유족과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소송을 이어받았고, 지난 10월7일 대전지법은 “성전환한 변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이라며 남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장애가 있다’고 본 군의 전역처분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그는 이 판결을 듣지 못했다.

박고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