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이의제기에도 안일한 대응…시험 문제 하나에 온나라 들썩

2021년을 흔든 7가지 사건 ② 수능 사상초유 ‘빈칸’ 성적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 10일 강원도 춘천고등학교의 한 3학년 학생이 받아든 성적표에 생명과학Ⅱ 성적이 공란 처리돼 있다. 춘천/연합뉴스

숱한 뉴스를 남기며 2021년이 저물어간다.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거나 논란을 빚으며 한국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7가지 사건을 꼽아봤다.

지난 10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응시생 6515명이 받아든 성적표엔 ‘빈칸’이 있었다. 바로 전날 법원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5번)의 효력을 며칠 뒤 예정된 1심 판결 전까지 일단 정지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빈칸 성적표’가 배포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모든 혼란의 단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제공했다. 시험 직후부터 해당 문항은 주어진 설정에 따라 계산하면 특정 개체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와 문항 자체가 오류라는 학생들의 이의제기가 잇따랐다. 그러나 평가원은 11월29일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안이하고 비교육적인 판단을 내놔 초기 대응을 그르쳤다. 92명의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2월15일 기존 정답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평가원은 항소를 포기했고 강태중 평가원장은 출제 오류의 책임을 지고 판결 당일 사퇴했다. 잘못 출제된 수능 문제 하나에 언제까지 나라가 들썩거려야 하냐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수능 출제를 평가원에 위탁한 교육부는 법원 판결 닷새 만에 사과했다.

이유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