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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좋은 클럽들이 끓어오른다

등록 2007-06-27 19:03

클럽은 이제 단순히 춤을 추는 곳이 아니다. 홍대 앞 클럽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클럽은 이제 단순히 춤을 추는 곳이 아니다. 홍대 앞 클럽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외국 잡지를 자주 보는 편이다. 얼마 전에 한 외국 잡지에서 런던에 있는 ‘붐박스’(Boombox)라는 클럽이 밀라노에도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봤다.

한국 사람들에게 런던의 붐박스라는 클럽은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클럽을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클럽을 꼭 찾아갔는데, 런던의 붐박스는 세계 최고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렇지만 ‘물’도 최고다. 공주, 왕자들의 집합소라는 말이 아니다. 디자이너인 내가 봐도 ‘아니, 저런 옷을 어떻게 입어?’‘저 옷을 저렇게 입으니까 멋지네’ 하고 끊임없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과감하고 파격적인 차림의 클러버들로 넘쳐난다.

런던 ‘붐박스’에서 경험한 즐거움

사실 붐박스는 인테리어가 화려하거나 음악이 그렇게 훌륭하지는 않다. 그런데 그냥 즐겁다. 눈이 즐거워지니까 귀도 맘도 즐거워진다.

한국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곳으로 나이트클럽이라는 데가 있다. 나이트클럽에 가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춤이 목적이 아니라 ‘급만남’이 목적이기도 하다. 전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은 나이트클럽이었고 돈 없는 젊은이들이 다니는 곳이 클럽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거 같다.

한국에서도 이제 클럽 문화가 끓어오르고 있다. 강남의 어떤 클럽은 나이트클럽과 홍대 앞 클럽을 섞어 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한국 특유의 느낌이 나는 기묘한 곳이다. 가격도 나이트클럽만큼이나, 아니 더 비싸게 받으면서 강남의 부르주아들이 폼을 내는 클럽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게 또 소문이 나서 여기저기의 나이트클럽들이 클럽 분위기로 개조하면서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영국의 클럽 ‘붐박스’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의 독특하고 세련된 패션의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다. 제너럴 아이디어 제공
영국의 클럽 ‘붐박스’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의 독특하고 세련된 패션의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다. 제너럴 아이디어 제공

아이러니한 건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즐기는 클럽들에 술이나 담배회사들이 자기들의 제품을 넣으려고 엄청난 돈을 부어 인테리어 지원을 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럽마다 파는 담배가 다르고 파는 술도 조금씩 다르다. 또 이제는 클럽에서 이런저런 행사나 파티를 많이 한다. 겨우 3년 전에 홍대 앞 클럽에서 패션쇼를 진행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홍대 클럽이 뭐야’‘거기서 왜 해’식의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 패션쇼는 물론이고 화장품 론칭 파티며 기업 파티, 사교 파티, 대학 파티까지 클럽에서 한다. 클럽은 자리를 대관해 주고 영업하며 돈을 번다.

클럽이 많이 생기면서 디제이들이 대접받는 세상도 오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제이라면 오래전 ‘다방 디제이’와 연결시키며 별 볼일 없는 직업으로 대했다. 이젠 디제이를 모시느라 클럽들은 주말마다 난리가 난다. 최근 한 클럽에서는 수천만원을 주고 세계적인 디제이 폴 반 다이크를 불러와서 클러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외국 유명 디제이를 부르는 데 들인 몸값이 곧 그 클럽의 힘자랑이 되는 것이다.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디제이들도 자기들만의 레이블(상표)을 만들고 경쟁하면서 파티를 열기도 한다.

대기업들까지 손을 대는데 …

이렇게 팔팔 끓는 냄비처럼 달아오른 클럽 문화의 열기 가운데서도 압권은 씨제이 계열인 엠넷미디어의 강남 나이트클럽 지분 참여 소식이다. 이제는 대기업까지 클럽에 손을 대는 것이다.

왜 대기업에서 클럽 장사를 하려는 걸까. 씨제이미디어는 엠넷을 비롯해 많은 케이블 방송 채널을 가지고 있다. 또 그 채널들에서는 파티를 많이 한다. 결국 자기 집에서 이런저런 파티를 하고 국내 유명 연예인이나 외국 유명 가수까지도 손님으로 불러모으면서 장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물’ 관리를 하면 그 클럽은 당연히 다른 곳보다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다.

젊은 사람들의 해방구나 놀이터가 돼야 할 클럽에 대해 이처럼 대기업과 대자본이 더 흥분하니, 클럽 문화도 인터넷 문화처럼 기형적으로 바뀌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패션 디자이너·제너럴 아이디어 최범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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