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에서까지 텔레비전이 우리를 장악한다.
[매거진 Esc] 요리의 친구들
아는 친구 중에 고치기 힘든 병에 걸린 녀석이 있다. 병명은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하는 병’이다. 식사시간이 가까워지면 사람을 찾느라 난리가 난다. 함께 밥먹을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우울해진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 같고, 모든 친구가 소용없는 것 같고, 심지어 ‘나의 내성적인 성격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존재적 질문’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그 친구는 설명한다. 참으로 문제가 많다.
도저히 식사 친구를 찾을 수 없을 때면 텔레비전이 있는 식당으로 가서 텔레비전을 친구 삼아 밥을 먹는단다. 역시 문제가 많다. 혼자서 조용히 앉아 명상하는 심정으로 맛을 음미하며 미각의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들 수는 없는 것일까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혼자서 밥을 먹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혼자만의 중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식당의 텔레비전이 거슬릴 때가 있다. 혼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데 텔레비전의 소리가 너무 클 때면 짜증이 난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진지하고 재미난 얘기를 하고 싶은데 상대방은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쇼프로그램을 열심히 흘깃거릴 때, 함께 밥먹으러 간 사람들의 주제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에 맞춰질 때 텔레비전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디브이디(DVD) 식당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만화책을 준비해놓은 식당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화면 속에 사람이 등장해 함께 밥을 먹어주는 식당도 있다고 들었다. 혼자 밥먹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텔레비전을 틀어놓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외로운 사람들의 외로운 세상의 쓸쓸한 식당풍경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