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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에서 물결친 감동

등록 2007-08-22 17:46수정 2007-08-22 17:51

멕시코 칸쿤에서 보낸 여름휴가. 매년 200만명의 전세계 여행자들이 이곳에 들른다고 한다. 사진· 제너럴 아이디어 제공
멕시코 칸쿤에서 보낸 여름휴가. 매년 200만명의 전세계 여행자들이 이곳에 들른다고 한다. 사진· 제너럴 아이디어 제공
[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⑫
휴가철 막바지의 푹푹 찌는 더위를 잠시라도 잊는 데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 올해 나의 가장 즐거웠던 여행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올해 나의 최고 여행지는 단연 멕시코의 칸쿤! 출장을 겸해 뉴욕에 가면서 칸쿤행을 결심하게 됐다. 본래는 스페인에 갔다가 이비자 섬에 가는 게 올해의 목표였지만 일 때문에 뉴욕에 가면서 칸쿤행으로 방향을 바꿨다.

칸쿤 비치는 전부터 미국인들의 인기 휴양지로 알고 있었는데 미국의 젊은 이들이 방학 때 많이 가서 좀 ‘막 노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호기심이 더욱 발동됐다.

공항 출입국에서의 짜증, 그러나…

한국에서 예약하는 것보다 뉴욕에서 패키지를 찾아보는 게 훨씬 저렴할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일단 뉴욕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싸고 좋은 상품들이 많았다.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라 흥분되는 만큼 걱정도 되긴 했지만 여느 때처럼 호텔 예약 외에는 별다른 정보 없이 여행을 떠났다. 나는 너무 많은 정보나 너무 많은 스케줄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계산대로만 움직이면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무언가가 날 기다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고생을 하고 말지, 가이드를 따라서 편하게 관광정보 책자에 나오는 장소를 순례하면서 브이(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건 재미없다.

이번에도 역시 그냥 가면 무언가가 나를 기다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을 가지고 뉴욕에서 칸쿤행 비행기를 탔다. 이번 여행도 그랬지만 난 늘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환상을 정말로 많이 갖는다. 날 설레게 하는 몇 안 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생전 처음 밟아보는 땅이 주는 신선함이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먹는 것을 함께 먹고 또 같이 이야기하는 게 나에게는 가장 큰 충전 과정이다.


그런데 칸쿤 공항에 처음 내려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공항 출입국에서부터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게 화가 났다. 멕시코인들이 미국 입국 때 당하는 수모와 고생을 이렇게 보복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공항 밖으로 나오자 몰려드는 호객꾼과 호텔까지 택시비 바가지요금이 짜증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어찌어찌해서 칸쿤 비치에 도착해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이 모든 짜증이 사라졌다. 아주 예쁜 아가씨들한테서 꽃과 샴페인을 선물받으면서 마음이 녹았고(^^), 호텔 방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을 보면서 당장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맘에 들었던 건 뉴욕에서 듣긴 했지만 정말로 호텔의 모든 것이 전부 공짜였다는 사실이다. 9개의 레스토랑과 5개의 바가 공짜였고 룸서비스도 횟수와 상관없이 전부 내 맘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호객꾼에 대한 기억마저 날아갔다. 3일이라는 휴가 시간이 벌써부터 안타깝게 느껴졌다. 느긋한 여행을 계획했지만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음날 렌터카를 빌려서 해변을 고르고 골라 자연동굴이 바다까지 뻗어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곳은 웬만한 바다의 스쿠버다이빙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열대어를 볼 수 있는 스노클링뿐 아니라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동굴에서 바다까지 나와 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그 바닷가에서 야자수에 걸려 있는 그물침대에 누워 해가 지는 걸 한참 바라보면서 노래를 불렀다. 지금도 그 바닷가의 그물침대가 꿈처럼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미국식 안전함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밤에 호텔로 돌아오면 또다시 몰려오는 감동! 먹고 싶은 거, 즐기고 싶은 거 돈 신경 안 쓰고 마음껏 즐기는 그 포만감이라니. 이튿날에는 직접 보트를 몰고 정글탐험을 했다. 다른 휴양지에서는 좀처럼 즐길 수 없는 뭐랄까 좀더 아슬아슬하고 더 자연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놀이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최범석의 시선
최범석의 시선
특히 괌이나 사이판처럼 제트스키를 타더라도 울타리 안에서 속도 제한을 두고 달려야 하는 미국식 안전함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움이 좋았다.

칸쿤은 1970년대에 미국의 마이애미에 경쟁할 만한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라고 한다. 어떤 바닷가와도 견줄 수 없는 크고 아름다운 해변과 호텔의 최상급 서비스, 아주 특별한 식당들, 그리고 열대지방의 후끈한 분위기에 걸맞은 다채로운 밤의 유흥 덕에 매년 200만명의 전세계 여행자들이 이곳에 들른다고 한다. 나 역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곳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내년 휴가까지의 긴긴 시간을 칸쿤에 대한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보내게 될 것 같다.

최범석 패션 디자이너·제너럴 아이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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