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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들끼리 친하냐?

등록 2007-09-12 17:37

2006년 가을 클럽 ‘케이지’에서 열렸던 개인 컬렉션 <미스 로데오 아메리카>. 제너럴 아이디어 제공
2006년 가을 클럽 ‘케이지’에서 열렸던 개인 컬렉션 <미스 로데오 아메리카>. 제너럴 아이디어 제공
[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15
난 요즘 10월에 열릴 서울 컬렉션 준비를 하고 있다. 세어 보니 벌써 나에게 아홉 번째 컬렉션이다. 처음 두 번은 서울 컬렉션에 참가했고, 그 이후는 개인 컬렉션만 해 왔다. 그런데 이번부터 서울 컬렉션에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 컬렉션을 두 번 하고 포기했던 건 나만의 느낌을 가진 컬렉션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찾아간 곳에 홍대 앞 클럽이었고, 술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 분위기에서 내 맘대로 첫 번째 개인 컬렉션을 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서울 컬렉션의 공정성에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이 미숙한 탓도 있었겠지만 컬렉션 안에서 이런저런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는 왜 서울컬렉션에 복귀했나

서울시에서 패션산업을 성장시키고자 지원하는 서울 컬렉션은 참가 단체에 따라 서너 개의 파로 나뉘어져 있다. 참가 디자이너나 주최 쪽은 서울 컬렉션을 세계 6대 컬렉션이라고 자부한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세계 6대 컬렉션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 파별로 회장이 넷이나 따로 있는 건 좀 아이러니다. 그래서인지 컬렉션 기간에도 자기들의 주장과 이해를 두고 다투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서로 잘되자고 북돋고 집중하기도 빠듯한 시간에 눈앞의 작은 이해 때문에 갈등하거나 긴장하는 모습은 이해가 안 된다.

얼마 전 미국에서 나오는 패션 잡지에서 서울 컬렉션을 다룬 기사를 봤다. 기사에, 한국의 대학 150곳에서 해마다 6000명의 의상학 전공자가 나오고 외국 유학생까지 합하면 1년에 1만 가까운 의상학도들이 쏟아져 나온단다. 그리고 해마다 50여 명의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을 해대는데, 세계에서 여덟째로 큰 패션 시장인 한국에서 왜 아직도 국제적으로 성공한 디자이너가 없을까 하는 기사였다. 그 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기도 했고 또 조금은 자극이 되기도 했다. 그와 함께 한국 디자이너들끼리 좀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디자이너들끼리 친하냐고 묻는다. 나는 “디자이너는 고양이라서 다들 자기가 주인인 줄 안다, 아무도 내 위에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그래서 그렇게 서로 친해지기 힘든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뭉치자고 해도 이른 시일 안에 그렇게 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다시 서울 컬렉션을 참가하는가 하면, 디자이너들보다 그 위에서 나랏일 하는 분들이 정신을 차린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가 들기 때문이다.

패션계의 ’메이드 인 코리아’를 위하여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럽을 다녀와서 서울을 패션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패션산업에 좀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외국 컬렉션이나 트레이드 쇼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무척 반가웠다. 단순히 투자나 지원 정책 자체보다 패션을 중요한 문화로 인식하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몇 해 전만 해도 가전제품 하면 소니를 사던 사람들이 왜 지금은 삼성을 살까. 제품의 질도 좋아졌겠지만 싸구려 이미지를 개선해 이미지 전쟁에서 소니를 누른 힘도 크다. 패션은 대표적인 이미지 산업이다. 사람들은 패션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메이드 인 프랑스’나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물론 패션계의 ‘메이드 인 코리아’는 아직 멀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기회가 주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조건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우물 안에서만 세계 5대니 6대니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외국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서울 컬렉션의 성공을 기대해본다.

최범석 패션 디자이너·제너럴 아이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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