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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은 최고의 남편감

등록 2007-10-11 16:42수정 2007-10-11 16:44

<슈렉>
<슈렉>
[매거진 Esc] 정이현의 남자남자남자
이 남자, 평균치를 한참 밑도는 우락부락한 외모와 체구, 아무 데서나 방귀를 뀌어대는 일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황당 매너의 소유자. 늪을 집 삼아 유유자적 룰루랄라 나 홀로 행복하게 잘 살아온 그의 이름은 슈렉이다. 우리가 나름대로 정 붙여서 그렇지 사실 아무 선입견 없이 슈렉을 처음 본 사람들은 그를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충분하다. 그런데 이 괴물이 어찌하여, ‘겁나 먼’ 왕국의 무남독녀 외동딸 피오나를 차지하게 된 걸까?

일반적인 공주님치고는 미모의 측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건 사실이나, 그래도 피오나는 공주가 분명하다. 한 왕국의 유일한 상속자!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관찰하니, 늘씬하고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한쪽 눈 감고 보면, 오동통하니 귀엽고 정감 가게 생긴 얼굴이다. 그만하면 후덕하고 복 많게 생기지 않았느냐고 주장할 만도 하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라난 아가씨답게 밝고 유쾌하며 긍정적인 성격은 또 어떤가. 외모의 단점을 가리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박박 우겨보자.

하긴, 배우자를 선택할 때 ‘그가 가진 조건도 당연히 그의 일부 아닌가요?’라며 눈 동그랗게 뜨는 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일 터다. 이런 세상에서, 세상 돌아가는 걸 좀 읽을 줄 아는 남성이라면 자신의 배우자감으로, 반반한 얼굴과 어린 나이를 이용해 단번에 신분 상승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이른바 신데렐라 스타일의 소녀들보다야, 많은 걸 가지고도 소박하고 털털한 피오나 공주 쪽에게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정이현의 남자 남자 남자
정이현의 남자 남자 남자
그렇다면 여자는 어떤 남자를 이상적인 남편감으로 생각할까. 여기서 ‘남편감’에 밑줄 쫙. ‘남자친구감’도 아니고 ‘애인감’은 더더욱 아니다. 잘생긴 남자? 허허, 얼굴 뜯어먹고 살 일 있나. 샤방샤방 꽃미남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얼마든지 욕망할 수 있다. 돈 많은 남자? 글쎄, 없는 것보다야 여러 모로 편리하겠지만, 머리 좀 굵은 처자들이라면 다 안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으며, 남자가 가진 돈은 남자 것이고 남자 부모가 가진 돈은 남자 부모의 것일 뿐이라는 소박한 진리를.

이 남자랑 살까 말까. 내 인생을 걸까 말까. 여자의 흔들리는 마음을 콱 다잡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남자의 ‘우직함’이다. 좀 못나고 가진 게 없어도, 이 남자만큼은 언제나 변함없이 내 옆자리를 지켜 주리라는 믿음. 안달안달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저이가 당최 뭔 생각을 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잘생긴 남자나 돈 많은 남자보다, 편한 남자와 믿음직한 남자가 미인을 차지하는 이유다. 길가에서 종종 발견되는 미녀와 야수 커플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고.

정이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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