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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부추라면 그리고 빈티지

등록 2007-11-14 19:02수정 2007-11-14 21:44

익숙한 거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고 빈티지숍을 뒤지며 휴식다운 휴식을 즐긴 후쿠오카 여행.
익숙한 거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고 빈티지숍을 뒤지며 휴식다운 휴식을 즐긴 후쿠오카 여행.
[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19
쇼가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기분이 우울해진다. 바쁜 날을 보내느라 어지러워진 집 안과 피곤에 전 내 모습을 보면 더 처량해진다. 그래서 항상 쇼가 끝난 다음날 여행을 간다. 하루든 일주일이든 무조건 떠난다. 그게 공허함을 빨리 없애고 다음 일을 기운차게 시작할 수도 있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다.

서울컬렉션을 마치고 훌쩍 떠난 여행

이번 서울컬렉션을 마치고는 나에게 가장 만만한 후쿠오카로 갔다. 사실 일이 아니면 도쿄보다 후쿠오카를 자주 가는데 친한 후배의 집도 있고, 도쿄에 비해 거리도 가깝고, 물가도 싸고, 차도 안 막히고, 맛있는 것도 많고, 이유는 너무나 많다. 2박3일 일정으로 떠난 이번 여행에서 후배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짐을 풀고 부추라면을 먹으러 갔다. 부추라면은 일본 라면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라면을 먹고 나서 무엇을 할까 고민도 하기 전에 라면 집 앞에 있는 빈티지 숍으로 들어갔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난 빈티지를 정말 좋아한다. 가격도 저렴한데다 왠지 이 옷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좋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빈티지를 유행처럼 생각하면서 옷을 살 때 실수를 한다. 진열돼 있는 옷이 예쁘다는 이유로만 샀다가는 ‘빈티’가 철철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꼭 입어봐야 하고 나에게 어울리는지 따져봐야 하고, 이 옷을 사면 어떻게 입을 것인지, 내 옷 중에 어떤 것과 입어야 어울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농 안에 처박혀 있다가 걸레가 될지 모른다.

작은 가게에서 넉넉히 한 시간은 뒤적거리고 입어본 뒤 한 보따리를 사서 나왔다. 서울서 옷에 지쳐 도망와 놓고는 눈에 띄는 옷가게라면 도무지 궁금해서 참지를 못한다. 그래서 나와 같이 여행 다니는 친구들은 나처럼 많이 돌아다니는 놈은 처음 봤다고 힘들어 죽겠다며 늘 구박을 한다. 직업병인 것 같다.

후쿠오카에 가면 꼭 가는 식당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깃집인 다이토엔(대동원)이다. 고기가 순두부처럼 부드럽다고 말하면 아무도 안 믿는데 나도 처음에 먹고는 깜짝 놀랐다. 고베의 쇠고기 로스구이를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를 먹는 거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됐는데 후쿠오카에서도 택시 타고 이름만 말하면 찾아올 수 있는 이곳의 사장님이 한국 할머니란다. 어쩐지 김치며, 나물, 육개장 등 한국 음식들이 많이 보였다.

최범석의 시선
최범석의 시선
음식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 한국에서는 두 끼가 전부인데 일본만 가면 하루에 네 끼를 먹는다. 맛있는 음식은 일본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 가운데 또 내가 좋아하는 후쿠오카의 초밥집은 이름이 따로 없는 곳인데 밥 색깔이 바이올렛 색이다. 간장을 찍어 먹지 않아도 되게 간을 한 건데 일종의 퓨전 초밥이다. 색깔부터 독특한 이 집의 초밥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꾸 생각이 난다. 이 밖에도 새로운 맛집을 여러 군데 찾아낸 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특히 언니는 밥을 짓고 동생은 케이크과 음료수를 파는, 의자가 다섯 개밖에 없는 작은 밥집도 기억에 남는다.

일본에 가면 하루 네 끼를 먹게 되네

입안의 추억으로 남은 이번 후쿠오카 여행은 완벽한 휴식이 목적이라서 더 즐거웠다. 이색적인 것을 보고,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처럼 만만한 도시에 가서 늘 찾는 맛집을 찾고 익숙한 거리를 걷는 여행이야말로 진짜 편안한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범석 패션디자이너·제너럴 아이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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