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원단과 패션시장을 중국에 내놓을 것인가. 사진은 동대문 원단시장.
[매거진 Esc]최범석의 시선 23
요즘 중국에서 의류 생산을 하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이제 한국에서 재품 생산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특히 액세서리 공장은 이제 거의 한국에 없다고 보면 된다. 또 중간 규모의 봉제공장도 많이 없어졌다. 소규모 가내수공업 같은 봉제공장과 대기업의 하청 공장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제너럴 아이디어처럼 제품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고 퀄리티가 필요한 브랜드 제품은 생산하기가 정말 힘들어졌다.
뉴욕 디자이너들도 상당수가 중국 출신
사실 감각도 정말 중요하지만 원자재와 생산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전에는 한국의 힘이었던 원단이나 원자재가 전부 중국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도 원단을 잘 만들던 시대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조금 좋은 원단을 쓰려면 일본이나 이태리 것이고 값싼 원단은 전부 중국제이다. 요즘 한국 원단업체 중에 가장 힘을 과시하는 사람들은 좋은 일본 원단을 수입하는 이들과 괜찮은 중국원단을 아주 싼 가격에 수입하는 이들이다.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요즘 뉴욕에 잘나가는 디자이너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 출신이다. 또 생산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중국인들이다. 얼마 전에 미국의 한 의류회사를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 회사의 생산이사가 중국 사람이었는데 회사에서 큰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일차 샘플을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좀 작은 시골 동네에서 만들어와서 확정이 되면 그걸 중국으로 보내서 중국에서 생산을 해오는 일을 한다. 그렇게 생산과 원부자재가 중국에서 좋은 가격에 완성되니 중국인들의 패션 중심으로 부상하는 데 당연해 보인다.
지금은 많은 숍이나 인터넷 쇼핑몰이 동대문으로 사입(정상적인 거래를 통하여 물건을 구입할 때 이르는 말)을 다니며 도매로 떼다가 판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중국으로 사입을 하러 다닐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발 빠른 동대문의 숍 운영자들은 벌써 중국으로 물건을 사러 다닌다고 한다. 전에는 중국하면 가격이 싼 제품으로 바로 연결됐지만 이제는 브랜드에서 만들고 남은 여분의 질 좋은 천으로 만들거나 디자인도 브랜드 영향을 받은 트렌디한 재품들이 많이 나와서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중국으로 사입을 간다고 한다.
개성공단에서 봉제를 한다면…
사실 나도 오랫동안 중국에서 옷을 만들어오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붙어 있으면 사람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질이 떨어지는 제품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난 이제 막 글로벌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입장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를 가지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고 싶진 않다. 최근 개성공단에서 제품 생산을 하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격 경쟁력도 봉제 기술도 중국 생산보다 높은 가능성을 엿봤다. 문제는 이곳에서 비즈니스가 가능한 업체는 대기업 규모뿐이라는 점이다. 만약 내가 북한에서 봉제를 한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로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세계로 나가려는 많은 젊은이들이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다. 문화나 창작의 강국을 외치는 사람들이 과연 구호뿐 아니라 그런 에너지를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발판을 탄탄하게 만들거나 준비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최범석 패션 디자이너·제너럴 아이디어 대표
개성공단에서 봉제를 한다면…

최범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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