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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가 낯 뜨거울 때

등록 2008-02-13 20:47

때론 무작정 거기 앉아 책에 빠지고 싶은 자리가 있다. 사진 이명석.
때론 무작정 거기 앉아 책에 빠지고 싶은 자리가 있다. 사진 이명석.
[매거진 Esc] 이명석의 카페정키
커피와 가장 가까운 친구는 누구일까? 영화로도 만들어진 오랜 중독의 커플, <커피와 담배>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흡연자들이 옥상으로, 유리로 된 질식 상자 속으로 쫓겨나가는 세태에는 썩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나의 답은 책이다. 피아노 카페, 장난감 카페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북 카페라는 간판은 동네에 하나씩은 있다.

북 카페는 얼핏 카페의 이상에 닿아 있는 것 같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가 만나던 파리의 ‘라 쿠폴’을 상상해 봐도 좋다. 세기말 빈의 문학 카페에서 독서대에 꽂힌 신문을 돌려 읽으며 논쟁을 벌이던 지식인들도 부럽다. 그럼에도 나는 북 카페라고 하면 의심부터 한다.

솔직히 너무들 느슨하다. 북 카페라는 간판 뒤에는 주인장의 집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 편안하지만 낯 뜨거운 서가들이 들어서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커피는 장사꾼이 파는 거지만, 나는 책과 함께 문화를 판다.’ 나는 이 순수한 주장 앞에 도사린 함정을 본다. 예전 어느 문학인에게 “만화는 쓰레기가 많지 않나요?”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들었다.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요. 모든 만화의 70%는 쓰레기죠. 모든 책의 70%도 그렇고요.”

나는 북 카페 간판을 내걸고 싸구려 처세술, 사이비 종교서적, 심지어 학습지까지 꽂아두는 자신감에 당혹해한다. 책의 옥석 가리기에 무신경한 주인이 원두 통에서 결점두를 골라내고, 기한이 지나 시큼해진 콩을 갖다버릴 거라고 여길 수 없다.

원두의 블렌딩처럼 북 카페의 책 역시 무조건적인 다채로움보다는 분명한 포인트가 있는 게 좋지 않을까? 그 주인이 추리 소설광이라서, 내가 책 하나를 꺼내면 도로시 세이어즈에 대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하는 모습을 훔쳐보고 싶다. 때론 어떤 서점보다도 또렷한 전문 서가를 갖춘 카페들에 압도당하고 싶다. 특정 출판사의 그래픽 서적만 모아둔 대학로의 ‘타센 카페’, 여행에 대한 감수성으로 충만한 도쿄 아오야마의 ‘카페 246’ 같은 곳 말이다. 자부심 넘친 주인장이 매번 신선한 책으로 물갈이하는 삼청동의 ‘내 서재’도 물론 훌륭하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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