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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갈비 김치찌개?

등록 2008-03-19 21:10

포기갈비 김치찌개?
포기갈비 김치찌개?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여행객들에게 터미널은 출발이자 도착이다. 쫓기듯 빠져나오고 밀물처럼 쓸려 들어간다. 터미널에 머물러 시간을 보내는 것은 왠지 세상에서 가장 할일 없는 행동처럼 보인다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경부선 옥상만은 그런 풍경에서 예외다. 그곳에는 아는 이만 갈 수 있는 세상 딱 하나뿐인 고깃집이 있다. 엘리베이터도 딱 둘뿐이다. 한여름 밤이 되면 희뿌연 고기 굽는 연기가 마치 운무처럼 옥상 사람들 사이를 떠돈다. 그 기막힌 맛을 알면 사람들은 자신의 여행 봇짐을 흔쾌히 풀고 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진다.

‘포석정’은 지리산 흑돼지 구이를 하는 집이다. 이 집에는 기본에 충실하지만 개성을 살린 김치찌개가 있다. 맛만큼 미묘한 동네도 없다. 소금 0.2g 더 넣었다고 달라지는 것이 맛이다. 그 0.2g의 맛을 살린 김치찌개다.

김치찌개 하면 듬성듬성 썬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비계 많은 부위를 넣는 것을 기본으로 친다. 네모 반듯하게 썬 김치대신에 빨간 포기김치가, 앞다리살 대신 돼지갈비가 냄비에 누워있다. 끓는 동안 돼지갈비는 냄비 안을 유유히 수영하면서 끈적이는 얼큰한 맛을 낸다.

돼지갈비는 소갈비와 다르게 나오는 양이 적다. 소 한 마리에서 갈비 60kg이 나온다면 돼지에서 나오는 갈비는 그 10분의 1인 5~6kg에 불과하다. 그래서 돼지지만 귀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강남 일대의 휘영청 밝은 불빛은 깔끔한 안주가 된다. 예전에는 허름했다. 작년에 깔끔하게 수리하여 세련됨을 뽐내지만 옛날이 그립다. 떠났지만, 잊을 수 없는 여행지를 닮아서일까. (02)535-2661.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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