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청담동 ‘이경민 포레’ 테라스에 나란히 선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왼쪽)와 이경민 원장.
[매거진 Esc]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사람들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과 나눈
패션과 뷰티, 트렌드와 관한 신나는 수다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의 스타일’을 진행해 왔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가 이번부터 새로운 란으로 인사드립니다. 패션계 지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사람들’입니다. 앞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자이너, 교수, 스타일리스트, 배우 등 패션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유쾌 상쾌 통쾌하게 패션에 관한 얘기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첫번째 손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하면 떠오르는 이경민 원장입니다. 20년 동안 최초이자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이제 메이크업 디렉터로, 또 뷰티 살롱 ‘이경민 포레’ 원장에서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바이 이경민’ 사장으로 발돋움하는 이경민 원장을 3월28일 오후, 청담동 ‘이경민 포레’에서 만났습니다. 10년 넘게 알아온 이 둘은 남매처럼 나란히 앉아 패션과 뷰티, 트렌드에 대해 신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둘의 솔직한 수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김성일 누나, 우리가 알고 지낸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어. 1997년부터 알고 지냈으니까 11년째야. 이경민 참 굉장한 인연이야.
김 누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행동도 똑같고, 얼굴도 똑같아. 주름 하나 늘지 않은 것 같애. 흰 머리가 조금 는 것 빼고는. 그때는 이경민이라는 사람이 유명인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너무 유명한 사람이었잖아. 10년이 넘도록 지켜보면 누나는 늘 현재에 머무르기보다는 도전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뷰티 살롱을 만들고, 제품을 만들고, 또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려는 노력을 하는 거 보면. 나는 그게 참 존경스러워. 도대체 연예인들에게 어떻게 하기에… 이 사실 나는 광고 쪽에서 주로 일했던 사람이잖아. 그때 유명 연예인들이 결혼을 많이 했는데, 그때 내가 메이크업을 해줬고 그게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이 찾아온 거지. 그때는 신부 화장을 하면 미용실에서 비전문가들이 해줬잖아. 그런데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내가 획일적인 화장이 아니라, 사람마다 개성에 맞게 또 트렌드에 맞는 화장을 해주는 걸 보고,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원하다보니까 이런 공간도 자연스럽게 낸 거지. 뷰티 살롱은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만들었어. 김 그런데 너무 신기한 것은, 누나가 결혼식 때 화장해준 연예인들은 다 잘 살고 있다는 거야.(웃음) 차인표·신애라 부부, 유호정·이재룡 부부, 김남주·김승우 부부, 김희애 부부도 그렇고. 이 (웃음) 그런 건 편견이야. 그런 얘기는 잘못하면 웃기는 얘기가 될 수도 있고, 어쨌든 그래도 고맙지. 잘 살아주니까. 그 친구들은 내가 신인 때부터 광고 메이크업을 해줬던 애들이잖아. 나도 신인이고, 그쪽도 신인이었기 때문에 작은 것부터 같이 해 왔고, 서로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해줬던 관계지. 그래서 오래 유지되는 거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그들이 원하는 것들, 새로운 문화 코드라든지 트렌드라든지 그런 걸 먼저 읽고 거기에 맞는 메이크업을 해줬던 게 잘 맞았던 것 같아.
김 그게 심미안이고, 선견지명이지. 트렌드를 읽어내는 눈은 모두 다르거든. 문제는 대중적인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다는 거지. 여기 저기 날고 기는 패션 디렉터들이 트렌드를 얘기하고, 수많은 디자이너가 트렌드를 내놓지만 그중에 성공하는 건 10∼20%에 불과해. 어떤 게 대중에게 잘 맞을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그런 점에서 누나가 파악한 트렌드가 대중과 잘 맞아떨어진 거지.
이 너도 남다른 눈을 갖고 있어. 그 눈이라는 게 타고난 감각적인 것만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 국문과 출신인 니가 이쪽에 왔다는 것은, 그만큼 끼도 있었지만 공부도 많이 했다는 얘기거든. 매력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노력하고 했으니까 가능했던 거지. 너는 누구에겐가 옷을 입혀주고 스타일링을 했을 때, 너만의 느낌과 그 사람의 아름다움을 직결해서 볼 줄 알잖아. 그래서 네가 스타일리스트로서 인정을 받은 거지.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들 하더라. ‘도대체 이경민은 연예인들에게 어떻게 해주길래 다들 이경민에게 가는 걸까?’라고. 그 방법이라는 건 단 하나밖에 없었거든. 이 사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내가 보는 눈을 통해 잘 어우러지게 해준 것뿐이었거든. 그게 예리한 눈을 가져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
인도의 꽃에서 영감 받아 립스틱 만들기도
김 혹시 내 눈이 녹슬지는 않을까 해서 공부를 많이 해. 감도 늙을 수 있으니까 젊은 친구들과 얘기도 많이 하지. 누나도 패션 잡지부터 인터넷을 보면서 최근 트렌드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보잖아. 여기 잡지 쌓여있는 것 봐. 패션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읽잖아. 패션과 뷰티는 정말 떨어질 수 없는 하나야. 트렌드도 늘 같이 움직이고. 누나는 패션에서도 영감을 받고, 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해놓은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기도 해. 서로 공유되는 부분이 많아.
이 사물 하나하나를 예리하게 보는 눈을 갖게 되는 것 같아. 감명을 많이 받지. 감성적이기도 하고. 하나의 사물을 보면 거기에서 영향을 받아 하나의 색상을 만들어낸다든지. 패션이나 예술 쪽 종사자들은 하나의 트렌드라는 흐름을 비슷하게 가는 것 같아. 동떨어질 수 없지. 어떤 때는 예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다가올 트렌드가 보이는 경우도 있어.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트렌드를 우리에게 맞게 찾아주는 거지. 어떤 룩이 유행을 하면, 저걸 동양인인 우리가 소화해낼 수 있을까, 모티브를 어디서 따와서 어떻게 적용시킬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일이야.
김 외국 모델들이 옷을 입으면 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머릿속에는 그게 동양인에게 어울릴 것인지를 기본적으로 고려하면서 옷을 선택해. 이번 시즌에서는 화사하고 밝은 캔디 색상과 에스닉한 색상이 트렌드잖아. 메이크업에서도 그렇고.
이 나는 올해 봄여름 트렌드를 ‘인도’로 봤거든. 희안했던 것은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번 시즌의 문화 코드로 인도를 생각했다는 점이야. 동시에 느낀 거지. 인도는 정말 황량하잖아. 그런데 그 황량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이 천연 염색의 화려한 사리를 걸쳤을 때의 그 아름다움이 정말 대단했거든. 그 모습을 보고 이번 시즌은 이쪽으로 흘러가겠구나 생각했지. 인도에서 본 꽃에서 영감을 받아서 립스틱을 만들기도 했어.
김 형광빛이 도는 네온 색상이 정말 트렌디한 것 같아. ‘드리스 반 노튼’의 색깔에 형광빛이 더해졌다고 할까.
이 1960년대 팝아트도 함께 보는 것 같아. 90년대 전까지만 해도 트렌드에는 하나의 모티브만 달랑 있었어. 그런데 그 이후부터 트렌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늘 두 가지가 공존했어. 섭리 같은 거랄까. 60년대 팝아트가 유행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정반대인 재키 스타일의 클래식한 라인이 인기를 끄는 거지.
김 맞아. 모든 트렌드는 상대급부적인 이미지가 부딪히면서 또다른 트렌드가 생겨나고, 또다른 게 탄생하고 그러는 거지. 사람들도 라이벌이 있어야 발전이 있잖아. 이번 시즌에도 검은색·흰색의 기존 색상에 정반대의 색상인 화려하고 달콤한 색상과 화사한 무늬가 부딪히면서 어떤 컬렉션이 나오느냐면, 검은색과 화려한 색이 공존하는 ‘돌체 앤 가바나’나 ‘구찌’ 같은 스타일이 나오는 거지.
반짝이는 것과 자연스러운 소재의 유행
이 그렇게 전반적인 트렌드 양상이 나오고, 거기에 각각 개인의 영감이 부여되면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거지.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2000년이 시작되면서 나온 미래주의야. 반짝이는 소재가 패션에 많이 선보였잖아. 메이크업에서도 마찬가지였어. 반짝이는 것들이 많아졌지.
김 미래적이고 화학적인 소재, 새틴에 더 광택이 들어간 그런 소재가 유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반대에는 자연스러운 소재가 유행하고 있어. 린넨이 이번 봄여름 트렌드 소재 중 하나거든. 이 두 개가 부딪히면서 또 린넨에 광택이 부여된 그런 소재가 나오겠지. 패션과 뷰티가 또 거대한 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는 문화 속에서 교집합을 이루기도 한 것 같아. 최근 밀라노의 유명한 편집 매장인 ‘코르소 코모’가 서울에 문을 열었잖아. 거기에 가보면 패션과 뷰티가 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걸 볼 수가 있어. 옷이나 화장품뿐만 아니라 책도 팔고, 음악도 팔고, 인테리어 소품도 팔고, 음식도 팔지. 이렇게 패션 역시 문화와 예술이라는 하나의 틀 속에서 다른 분야와 함께 공존하는 것 같아.
이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게, 그런 매장도 결국 다 외국 것을 들여온 거거든. 우리가 관심을 갖고 기대할 수 있는 우리 브랜드도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아. 언제까지 외국 애들 것만 즐길 수는 없잖아. 생각해보니까, 너와 이런 얘기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와, 오늘 얘기 너무 재미있는 걸!(웃음)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패션과 뷰티, 트렌드와 관한 신나는 수다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의 스타일’을 진행해 왔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가 이번부터 새로운 란으로 인사드립니다. 패션계 지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사람들’입니다. 앞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자이너, 교수, 스타일리스트, 배우 등 패션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유쾌 상쾌 통쾌하게 패션에 관한 얘기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첫번째 손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하면 떠오르는 이경민 원장입니다. 20년 동안 최초이자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이제 메이크업 디렉터로, 또 뷰티 살롱 ‘이경민 포레’ 원장에서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바이 이경민’ 사장으로 발돋움하는 이경민 원장을 3월28일 오후, 청담동 ‘이경민 포레’에서 만났습니다. 10년 넘게 알아온 이 둘은 남매처럼 나란히 앉아 패션과 뷰티, 트렌드에 대해 신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둘의 솔직한 수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김성일 누나, 우리가 알고 지낸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어. 1997년부터 알고 지냈으니까 11년째야. 이경민 참 굉장한 인연이야.
김 누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행동도 똑같고, 얼굴도 똑같아. 주름 하나 늘지 않은 것 같애. 흰 머리가 조금 는 것 빼고는. 그때는 이경민이라는 사람이 유명인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너무 유명한 사람이었잖아. 10년이 넘도록 지켜보면 누나는 늘 현재에 머무르기보다는 도전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 뷰티 살롱을 만들고, 제품을 만들고, 또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려는 노력을 하는 거 보면. 나는 그게 참 존경스러워. 도대체 연예인들에게 어떻게 하기에… 이 사실 나는 광고 쪽에서 주로 일했던 사람이잖아. 그때 유명 연예인들이 결혼을 많이 했는데, 그때 내가 메이크업을 해줬고 그게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이 찾아온 거지. 그때는 신부 화장을 하면 미용실에서 비전문가들이 해줬잖아. 그런데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내가 획일적인 화장이 아니라, 사람마다 개성에 맞게 또 트렌드에 맞는 화장을 해주는 걸 보고,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원하다보니까 이런 공간도 자연스럽게 낸 거지. 뷰티 살롱은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만들었어. 김 그런데 너무 신기한 것은, 누나가 결혼식 때 화장해준 연예인들은 다 잘 살고 있다는 거야.(웃음) 차인표·신애라 부부, 유호정·이재룡 부부, 김남주·김승우 부부, 김희애 부부도 그렇고. 이 (웃음) 그런 건 편견이야. 그런 얘기는 잘못하면 웃기는 얘기가 될 수도 있고, 어쨌든 그래도 고맙지. 잘 살아주니까. 그 친구들은 내가 신인 때부터 광고 메이크업을 해줬던 애들이잖아. 나도 신인이고, 그쪽도 신인이었기 때문에 작은 것부터 같이 해 왔고, 서로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해줬던 관계지. 그래서 오래 유지되는 거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그들이 원하는 것들, 새로운 문화 코드라든지 트렌드라든지 그런 걸 먼저 읽고 거기에 맞는 메이크업을 해줬던 게 잘 맞았던 것 같아.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과 나눈 패션과 뷰티, 트렌드와 관한 신나는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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