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 vs 윤 대리
[매거진 esc] 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
시트콤의 생명은 캐릭터다. 그리고 시트콤 캐릭터의 생명은 ‘용녀 용녀’ 오지명부터 이어온 ‘쪼잔+소심+찌질+비굴’이다. 누가 얼마나 더 사람의 본능적인 면모를 희극적이고 적나라하게 보여 주느냐에 따라 시트콤의 시청률이 왔다 갔다 하니까. 그런 면에 있어서 문화방송 <크크섬의 비밀>은 가능성이 있다. ‘빽도’ 김 과장과 ‘윤초딩’ 윤 대리가 있으니까.
“사장님, 저 못 믿으십니까? 저 공 실장입니다”를 외치던 <환상의 커플> 공 실장이 김 과장으로, “엄마, 엄마, 엄마” 하며 징징대던 <겨울새>의 못난 아들은 윤 대리로 돌아왔다. 한국판 오피스형 극기훈련식 <로스트>인 <크크섬의 비밀>에서 이 둘은 ‘덤앤 더머’이자 ‘환장의 커플’로 활약하고 있다. 몰래 먹는 라면 앞에서는 한 팀이 되고, 담배 한 개비 앞에서는 둘도 없는 적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둘은 같은 성질, 그러니까 자기밖에 모르는 무한 이기주의 형질을 띠고 있다. 그러나 투철한 자기애에도 부서 안에서의 입지는 말이 아니다. 과장과 대리라는 직함이 무색하게 실질적인 서열은 아르바이트생만도 못하고, 깐깐한 김 부장에게 사사건건 혼난다. 이들 캐릭터는 한 회가 다르게 늘어가는 이 둘의 연기력이 받치고 있다. 앞으로 이 둘이 크크섬에서 보여줄 활약을 눈여겨보자.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순재 못지 않은 캐릭터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감이 온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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