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시대로 남은 그들

등록 2008-11-26 19:07

esc를 누르며
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마지막 장면 생각나세요? 재수생이 된 현수(권상우)가 극장 앞에서 친구와 “아뵤~!”를 외치며 이소룡 흉내를 내면서 화면이 정지됩니다. 그러나 그들 뒤 극장 간판에 걸린 영화는 이소룡이 아니라 성룡의 <취권>입니다. 현수와 친구들은 여전히 이소룡을 기억하고 사랑하지만 이제 그들이 보려 하는 건 성룡인 거죠. 그렇게.

영화는 그들 청춘의 마지막 역, 한 시대와의 작별을 보여줍니다. 모든 시대는 스타를 배출하지만 역으로 우리는 특정한 인물을 통해 한 시대를 기억하기도 합니다.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말은 그렇게 나왔고, 이소룡도 그 말에 어울리는 인물이었죠.

대표성, 또는 동시대성을 의미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지만 기억되는 방식은 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 이소룡은 평생의 ‘사부님’이지만 저에게는 싱하형이 먼저 떠오릅니다. 액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다 그 밖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와 동시대를 살지 않았던 탓이 클 겁니다.

잔뜩 부풀린 앞머리에 이를 살짝 물고 “기도하는~” 하고 절규할 때면 “꺅~!”이라는 비명소리가 세트로 울려퍼지던 시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에게 조용필은 여전히 가슴 떨리는 이름이지만, 그 자식들에게는 엄마가 좋아하는 (옛날) 가수로 기억될 것이고, 저와 같이 청춘과 고락을 나눈 서태지가 이제 십대 소녀에게 “아저씨 누구세요?”란 소리를 듣는 굴욕까지 당하는 시에프에 등장합니다.

우리는 요즘 지독한 통증을 겪으며 또 한 시대와 작별하고 있습니다. 지금 고 최진실씨의 친권 논란이 전 국민의 이슈가 되는 건 단지 실정법의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이 시대의 아이콘을 떠나보내면서 저마다의 아픔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소룡과 최진실, 두 스타는 요절이라는 가장 뼈아픈 방식으로 작별을 통보했습니다. 35년 뒤 우리는 또 어떤 방식으로 이 시대의 아이콘을 기억하게 될까요.

김은형 〈esc〉팀장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