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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에로티시즘

등록 2008-11-26 20:25

신디 셔먼, ‘무제 1994’
신디 셔먼, ‘무제 1994’
[매거진 esc] 사진 읽어주는 여자
사진을 보는 순간 입술을 만졌다. 프레임을 가득 채운 가쁜 숨들이 옮겨올 것 같은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마음속의 판타지가 보글보글 수프 끓듯 올라오는 순간이다. 때때로 이성이 아니라 동성과 사랑을 나눠보고 싶다는 성적인 판타지 말이다. 사진 속 오른쪽 마네킹의 흉터는 강렬한 에로티시즘의 풍경 안에 마구 찢겨져 나간 순결한 심상을 말하는 듯하다.

만약 다른 ‘사람’이 된다면, 잠시 동안만이라도 온전한 ‘타인’이 된다면 욕망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을까! 본성을 드러내는 일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신디 셔먼(Cindy Sherman)은 1980년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사진작업으로 세계적인 예술가로 평가받았다. 그는 <무제 영화 스틸> 사진 시리즈에서 마릴린 먼로, 소피아 로렌과 같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연기한다. 정체성이 확립된 대상(영화 속 주인공)이 신디 셔먼을 만나 흔들거리고 그 동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마음속 균열을 이끌어 낸다. 사진 앞에 선 이는 깊은 곳의 묻어두었던 기억을 끄집어내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나’가 흔들리는 현장을 목격한다. 사람들은 그의 작업에 열광했고 이후 그의 작업을 흉내 낸 사진들이 예술 시장에 많이 등장했다. 작품 ‘무제 1994’(사진)는 이전 작업들과 달리 그가 빠져 있다. 대신 사각의 프레임 안에 신체를 극단적으로 잘라 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인간의 극단적인 성욕, 착취, 학대를 드러내기 위해 인형을 사용했다고 한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작품 출처 <신디 셔먼 레트로스펙티브(Cindy Sherman: Retrospective)>(템스 앤드 허드슨 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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