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도 미학이 되지
[매거진Esc]사진 읽어주는 여자
우리도 한때 그랬다. 50~60년대 전쟁의 폭풍우가 잠잠해지고 총성이 조금씩 사라질 때 먹고살고자 아낙네들은 거리로 아이를 둘러업고 나섰다. 놀아주지 않는 엄마에게 울음으로 시위를 해보지만 철갑보다 더 강한 삶의 의지로 무장한 엄마는 끄떡도 없다. 지친 아이는 제 살길을 찾아 잠이 든다.
사진가 래리 타웰의 이 한 장의 사진은 12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찍은 것인데 낯설지가 않다. 우리네 6·25 전쟁 뒤 부산 시장통 한 모퉁이의 풍경 같다.
사진은 볼수록 아름답다. 정확한 황금분할 구도 안에 아이가 누워 있고 아이 주변에 놓인 둥근 바구니는 슬픈 삶의 무게에 아름다운 미학의 분홍빛을 얹어준다. 그 바구니 안에 둥근 과일이 없었다면 또다른 색의 사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둥근 바구니 안에 길쭉한 과일들. 사진 아래 흔들거리는 부모의 손끝이 전체 사진의 완결성을 높인다.
비록 주제 의식이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이지만 예술적인 구도와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 매그넘 사진가들의 특징 중 하나다.
래리 타웰은 1988년부터 매그넘 에이전시 소속 사진가다. 1953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시인이자 구술역사가로도 유명하다. 스물세살 때 인도 콜카타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부의 분배, 토지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그의 작업도 땅을 잃어버린 농부나 니카라과 내전, 베트남 참전 미국 군인들의 베트남 건설 돕기 등과 같은 역사 속에 상처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다.
이 사진은 1996년 멕시코와 캐나다 등지에 흩어져 사는 이민노동자 메노파 신도(mennonite. 네덜란드의 종교개혁자 메노 시몬스에 의해 생겨난 교파)들의 삶의 흔적을 담았다.
글 박미향 기자, 사진 출처 사진집 〈매그넘〉(‘magnum’ 파이든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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