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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자 연기가 내게 왔다

등록 2008-12-03 19:41수정 2008-12-07 14:11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나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나다
[매거진 esc]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사람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나다

“~답다”는 말만큼 어려운 말이 있을까요?

적당주의자들이 적당히 즐겨 쓰는 이 말은, 완벽주의자들에게는 지옥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스타일리스트답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대충 ‘옷을 잘 입는다’거나 ‘스타일이 좋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그러나 완벽주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스타일리스트답다”는 건 영원히 닿지 못할 이상향입니다. 그러므로 완벽주의자는 이 말을 쉽게 쓰지 못합니다. 완벽주의자에게 만족이란 없으니까요. “배우답다”는 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깐깐한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김성일씨가 이 칼럼에서 처음으로 배우 윤진서(25)씨를 섭외하며 “배우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진서씨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영악하고 자립심 강한 인물로 변신했습니다. 내년 방영 예정인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서는 또다른 연기를 준비 중입니다. 윤진서씨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시키는 일을 빈틈없이 해내서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감독과 소통을 통해 스스로 인물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완벽주의자입니다. 두 완벽주의자가 만난 이번 인터뷰는 ‘인터뷰다운 인터뷰’일까요? 답은 이제부터.

세상을 바꾸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흥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나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나다
김성일(이하 김): 진서는 배우답다는 말이 잘 어울려. 과감하게 연기하는데, 그렇다고 본인이 튀려고 오버하지도 않고. 어린데도 수위를 조절할 줄 알아. 똑똑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 사실 내 칼럼에서 여배우를 인터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진서가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라는 생각에 인터뷰를 부탁했어. 문화 예술 전반적인 데 관심도 많고.


윤진서(이하 윤):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긴 해요. 실은 음반 나올 게 있어요.(※인터뷰 뒤인 11월 말 윤진서씨는 디지털 싱글 라무르즈를 발표했습니다. 프로듀서 진바이진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해요. 소설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해요. 이번 싱글에서 직접 작사를 했어요. 내 삶을 가지고 작사하려고 했어요. 약간 활자 중독이 있는 것 같아요.

김: 얘는 캐릭터가 맞으면 바로 해. 다른 애들은 “상대 배우는? 개런티는? …” 하는 식으로 연기 외의 것을 따지는데 말이야. 진서는 작품을 잘 고르는 거 같아. 기준이 있어?

윤: 시나리오를 딱 봤을 때 열정이 생기는가예요. 저는 감독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시나리오를 딱 봤을 때 에너지가 솟을 때가 있어요.

김: 진서한테 성공은 뭘까?

윤: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열정적으로 연기하면 될 것 같아요. 여행 다니고 싶으면 여행 가고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요. 어려서부터 ‘내가 행복해야겠다. 행복이 뭘까’를 생각했어요. 저는 제 방식대로 사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근데 우리나라는 누가 명품 하나 들면 모두가 따라 들어야 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인스턴트 음식이 마치 트렌드인 양하는 문화가 있죠. 미국 문화의 안 좋은 면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된 이유는 문화를 알리는 사람들이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기도 하고요. 정치인들도 안 좋은 것 다 숨기잖아요. 11월 초 장률 감독 영화 <이리>가 로마영화제에 초청돼서 갔어요. 행사 기간에 난리가 났어요. 대학생이 정부에 반대해서 시위를 벌이더라고요. ‘아직도 세상을 바꾸려고 사람들이 애쓰고 있구나, 전쟁으로만 세상이 변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쟤는 너무 세’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김: ‘윤진서’ 하면 떠오르는 것 다섯 가지가 있어. 영화·음악·여행·사랑과 연애·언어. 5년 전부터 진서를 알아오면서 항상 이 다섯 가지가 ‘윤진서’라는 말과 함께 떠올랐어. 진서는 방송 영화 프로에서 섭외할 정도로 영화광이야. 또 여행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한 작품 끝나면 바람처럼 사라져. 파리에서 한 달 있다 오는 식으로.

윤: (웃음) 여행 가도 시나리오는 받아요, 이메일로. 일은 해야 하니까.

김: 나도 외국에서 보낸 2년 생활이 지금 이 일을 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됐어.

윤: 여행을 많이 다녀서 나라마다 친구가 있어요. 올 로마영화제 때 이탈리아에 갔을 때도, 그전에 사귄 밀라노 친구와 독일 친구가 로마까지 와줬어요. 독일 교포 친구인데 해외 영화제에 대한 정보도 줬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나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나다
일의 시작은 선입견을 깨고 소통을 하는 것부터

김: 아까 활자 중독증이라 그랬죠? 진서가 외국어를 그렇게 잘해요.

윤: 일본 영화랑 프랑스 영화를 좋아해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여행 다니면서 늘었어요. 누군가 외국 친구와 친해지고 싶으면 다음날 친구한테 할 대화를 밤새 써서 외워요.(웃음) 1년에 두 달은 외국에 있는 것 같네요. 그냥 스치듯 관광하는 게 아니라 되도록 열흘이라도 한 군데 머무르는 걸 좋아해요. 프랑스에서 머무를 때 나흘 만에 동네 상점 아저씨랑 친해졌어요. 날마다 갔더니, 나중엔 “오늘 4유로 와인 중에는 이게 좋다”거나 “오늘은 사과가 좋으니까 이걸 가져가”라고 말해 주더군요. 나중에는 외상으로 와인을 샀다니까요.

김: 여배우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 진서는 배우 생활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윤: 인간관계에서 받죠. 배우 주변에 사람이 많아요. 나는 농담이나 장난으로 한 말인데 제가 배우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상처를 받거나 역으로 배우로서 제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게 힘들어요.

고나무 기자(이하 고): 연예 기사를 말하는 건가요?

윤:그건 아니에요.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주변 사람들이 마치 제가 한 것처럼 말하거나 ‘배우들이 다 그렇지 뭐’라는 선입관 때문에 힘들어요. 만약 제가 이혼했다고 가정해봐요. 그 사실을 제가 당당히 말하면 “쟤는 뭘 저리 당당하게 말해?”라고 하겠죠? 반대로 숨기면 “쟤는 왜 숨겨?”라고 하겠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김: 마지막 키워드가 사랑과 연애야. 진서는 사랑도 열정적으로 할 거 같아.(웃음)

윤: (웃음) …할 사람이 없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핫한 사람인 거 같아요.

고: <올드보이>의 이미지와 달리 윤진서씨는 매우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보입니다. 장률 감독의 영화 <이리>(30여년 전 익산(당시 이리)에서 터진 폭발 사고로 정신 이상으로 태어난 여동생과 오빠의 이야기. 윤진서는 마을 남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여동생 역을 맡았다.)에서 감정을 냉정하게 절제하느라 어렵지 않았나요?

윤: 전 배우예요. 연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아요. 다만 <이리>를 촬영하며 이해가 되지 않아서 힘든 적은 있었어요. 진서(극중 윤진서가 맡은 동명 인물)가 거울을 쳐다보는데 화장실에서 오빠가 나오고 저는 계속 거울을 쳐다보는 장면이 있어요. 찍다 바닥에 주저앉아 삼사십 분을 엉엉 울었어요. 울면 안 되고 냉정하게 서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울고 나서 감독님께 “왜 진서가 이렇게 아프게 살아야 돼요? 왜 오빠한테 얘기하면 안 돼요? 왜 자기 생각을 다 숨겨요? 그러면 자기가 너무 힘들잖아요?”라고 물었죠. 장률 감독이 저를 달래며 “사랑은 그런 게 아니다. 사랑은 자기 힘든 모습을 숨길 때도 있는 거야. 사랑하기 때문에 숨긴 거야”라고 답했어요. 그때 소름이 끼치면서 ‘아, 그래서 지금까지 진서가 (아픔을) 다 삼킨 거구나’라고 이해가 됐어요. 그런 게 배우와 감독의 소통의 문제인 거 같아요. 제가 촬영하다 말고 뛰어나가서 감독님께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던 신이에요. 제가 눈물이 차서 서 있는 것과 그냥 서 있는 것을 관객들이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이번에 느꼈어요.

고: 자연인 윤진서는 표현을 잘하는 편인가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나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 윤진서를 만나다
윤: 예. 특히 일할 때 더 소통이 중요한 거 같아요. 일할 땐 처음 만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데 제가 배우니까 저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나오는 사람이 99%예요. 윤진서란 인간에 대해서 대부분 정의를 내리고 나타나요. 다른 자리에서 만나면 상관없지만, 일할 땐 목표가 있잖아요.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그 안에 들어가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해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게 다른 것 같아요.

고: 어떤 선입견이 많던가요?

윤: (웃음) 윤진서는 4차원이다?

김: 왜냐면 다른 배우들은 궁금해도 감독에게 물어보는 일이 드물거든. 그런데 진서는 본인이 궁금하면 해결하는 액티브한 면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비쳐지는 듯. 그거 외에 다른 건 사차원으로 보일 만한 게 없어.

이자벨 위페르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

고: 배우로서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윤: 그 배우가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서 롤 모델은 없지만, 배우로서는 오드리 헵번을 정말 좋아해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지금 봐도 세련됐어요. 연기적으로 충격을 줬던 배우는 프랑스의 이자벨 위페르예요. <피아니스트>라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어요. 그 영화를 보고 충격 받았어요. 위페르는 사디즘적 캐릭터로 나와요. 영화를 보면서 위페르는 정말 저럴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직후 ‘잠깐, 저건 영화잖아. 난 왜 저 여자를 사디스트라고 생각하지?’라는 자각이 들었어요. 다시 영화를 봤는데 또다시 ‘위페르는 사디스트일 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이게 연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 사람의 성격을 극중 캐릭터로 생각한 거죠. 위페르는 연기적 롤 모델이죠. 내털리 포트먼도 좋아요.

고:<돌아온 일지매>에서 맡은 캐릭터가 본인의 성격과 비슷한가요?

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제 성격과 이렇게 가까운 적은 처음이에요. 저 말장난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제 캐릭터가 말장난 잔치거든요.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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