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100프로 당분의 위안

등록 2009-01-21 18:22

esc를 누르며
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월·화요일이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마감을 서두르기도 하고 안 되면 사무실에서 티브이를 켭니다. 다 <꽃보다 남자> 때문이죠.

요즘 난리입니다. 〈esc〉에서만도 지지난주 ‘연예가 공인중계소’, 지난주 ‘하니누리 놀이터’ 만화 퀴즈에 이어 이번주 ‘너 어제 그거 봤어’와 ‘송은이네 만화가게’까지 <꽃남>이 쉼없이 등장하는군요.

사실 <꽃남>은 잘 만든 드라마가 아닙니다. 아니 완성도를 가지고 논하는 것 자체가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일이죠. 암흑세계까지 평정한 부동산 재벌의 상속자라거나 독립운동가 출신의 대형 박물관장 자손이라는 모순적 조합도 모자라 세계적 주목을 받는 젊은 도예가인 ‘고등학생’이 더해지니 이 정도 배경이면 ‘와~’ 하는 찬탄이 아니라 ‘푸하하’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죠. 게다가 이 엄동설한에 꼭 밖으로 뛰쳐나와 바이올린을 켜는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비현실성의 경중을 따지면 운명이 뒤바뀌고 사돈의 팔촌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보다 떨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꽃남’이 즐거운 건 ‘피고름’ 운운하는 이 악문 대사들을 들을 필요 없고 혈압 높이고 욕하면서 볼 필요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보는 것만으로 훈훈해지는 말 그대로의 ‘꽃남’들이 자체발광을 하니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즐겨볼밖에요. 그래서 10대뿐 아니라 실제로 시청률을 움직이는 30~40대까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건 최근 빅뱅이나 동방신기 같은 아이돌 스타에 나이 지긋한 팬심이 불타오르는 현상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도 만화 같지만 <꽃남>이 조금 더 뻔뻔하게 만화 같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결정은 부모님이 하는 거야” 따위의 확 깨는 나름 현실적인 대사는 집어치우고 말이죠. 눈뜨면 얼굴에 수백개 빗금 쳐지는 진짜 ‘막장’ 상황을 봐야 하는 지금 일주일에 두 시간, 100프로 순수 당분의 백일몽 처방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