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수처럼 뻗은 밤의 욕망
[매거진 esc] 전시장 줌인
어! 여기가 어디지? 무엇을 찍은 것이지? 초록색 바닥 위에 작은 망루가 외롭게 서 있다. 사진가 간지(Ghanzi·안정희·41)가 찍은 황당하고 낯선 풍경은 바다다. 밤바다다. 작가 간지는 겨울밤, 동해안 아야진(청간정)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긴 시간 동안 쪼그리고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무서우리만큼 조용한 해변에서 가로등 불빛을 프레임 안에 넣었다. 30초에서 1분 넘게 장시간 노출로 탄생한 사진은 “욕망의 불빛을 끌어들여”서 현대인들의 잠재된 욕망을 표현한 것이란다. 그 역시 “아름답고 화려한 삶을 갖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촬영 시간을 낮(이성)보다 밤(감성)으로 선택한 이유다. 우리에게 바다란 무엇일까!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두 주인공이 삶의 욕망을 마지막으로 털어내기 위해 찾은 곳은 바다였다. <꽃보다 남자> 주인공 구준표가 금잔디에게 결혼반지를 내밀면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찾은 곳도 바다였다. 바다는 우리들에게 삶의 희망, 꿈, 갈증을 풀어주는 욕망의 장이다. 그 장을 간지는 최대한 단순화시키면서도 매우 현란한 표정을 담았다. 해변에 있는 횟집의 불빛이나 호텔에서 뿜어나오는 인공조명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 조명들은 사람들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발산하는 욕망의 도구다. 그가 찍어낸 사진에는 심플한 풍경과 실타래 같은 욕망이 <에이리언>의 촉수처럼 뻗어나온다. 간지는 이름조차 일본어를 차용해서 ‘간지 난다’라는 의미로 지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의 ‘필’을 투영했다고 말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이달 19일까지 열리는 2009 서울 오픈 아트 페어(SOAF·Seoul Open Art Fair)의 김영섭 화랑 부스에서 그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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