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기’의 은밀한 매력
[매거진 esc] 펀펀사진첩
몇 주 전의 한 레스토랑에서였다. 주문을 하려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전도연이었다. 방송사 피디도 아니고 연예기획사 사장도 아닌 내가 그녀를 일상에서 보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 유명인을 봤다고 호들갑 떠는 꼴은 왠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슬금슬금 나도 모르게 돌아가는 눈동자의 자동반응은 막을 도리가 없었다. 훔쳐본 듯 사적인 공간을 담은 사진에 우리는 열광한다. 사진가 낸 골딘의 ‘섹스가 끝난 어지러운 침대’를 찍은 사진은 세계를 열광시켰다.
이 사진은 10년 전 한강수영장 잠원지구이다. 그날은 덥고, ‘아름답고 섹시한 여인네’들이 한껏 자신을 자랑하고 있었다.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척하면서 그녀들의 몸을 곁눈질하는 남자의 심각한 표정이 재미있다. 훌륭한(?) ‘암컷’을 찾고 싶은 ‘수컷’의 욕망을 어찌 탓하리오. 그도 훔쳐보기 기법을 사용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수영장에서 ‘깍두기 오빠’들을 만나서 수박을 넙죽 얻어먹었다. “아따 아가씨 힘들겄구만, 거시기 뭐여.” 큰 근육과 문신은 수박과 함께 더운 여름날 하루의 기억을 채웠다. 혹시 당신도 훔쳐보기?
글·사진 박미향 기자
박미향의 펀펀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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