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여행의 기술
지난해 여름, 한 달짜리 유레일패스를 끊어 여자의 몸으로 혼자 유럽 여행을 떠났다. 로마에서 파리행 야간열차를 타고 하룻밤을 기차 안에서 묵어야 했다. 쿠셰트라 불리는 간이침대칸은 네 명이 이층침대가 있는 좁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야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속옷 차림의, 세 명의 외국 남자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돌아서 나가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일단 배낭을 내 침대칸에 던지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남자들은 조그만 동양 여자가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이 신기한 듯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팔에 문신을 한 이탈리아 남자가 물었다. “그럼, 너 태권도 잘해?” “당연하지! 우리나라는 동네 어디에나 태권도장이 있어. 누구나 쉽게 태권도를 배우지.” 내가 티브이에서 봤던 몇 가지 동작과 급조한 창작 권법을 휘두르며 설명해줬더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그날 밤 마음 편히 푹~ 잘 수 있었다. 최성민/대전광역시 유성구 하기동 송림마을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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