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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비슷하다

등록 2010-02-17 18:30

[매거진 esc]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
설 연휴에 일가친척을 피해 집에서 탈출을 감행했다. 꽤 오랜만에 7박8일이나 여행을 떠났다. ‘시간이 이렇게 천천히 흐르는 거였지’ 싶어지는 독창적인 여정이었다. 그런데 나 같은 인간들이 참 많더라. 안간힘을 써서 잘 놀고 잘 먹는 독신자들. 남들과 겹치는 여행지는 잘 가지 않는다. 대개 요리·사진·춤·악기 등 각종 취미생활을 남들보다 앞서 즐겨봤다. 남들과 다르게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

나이를 먹을수록 알게 되는 게 바로 이런 평범함, 너와 나의 비슷함이다. 가끔은 꽤나 악의적이거나 통쾌한 키득거림이 되기도 한다. 엔도 슈사쿠가 쓴 <유모아 극장>의 첫번째 단편 <마이크로 결사대>는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미녀의 대변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책이다. 69년 책이라 그런지, 90년대를 최첨단 의술이 발전한 미래로 묘사했다. 이 소설 속 90년대에서는 인체를 1000분의 1로 축소시킨 외과의사가, 마찬가지로 축소된 잠수정을 타고 환자의 몸속으로 들어가, 안에서 수술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한 미녀가 수술대에 오른다. 미녀의 친오빠와 그의 친구(그는 미녀를 사모하고 있다)는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가 암 수술을 시작한다. 하지만 술에 취한 몸속에서 이런저런 사고가 일어나 일행은 그만 대장으로 빠지고 만다. 그녀는 수술 전에 관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일행은 긴장한다.

“이 잠수정으로 정상적인 대변의 딱딱함을 돌파할 수 있겠나?” “설사똥이라면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고체형의 딱딱한 똥이라면 앞으로 나가는 게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먹고 자고 싸는 걸로 굴러간다. 분명 고현정도 장동건도 그럴 것이다. 때로 그 이상이 있을 거라는 환상에 빠져서 안간힘을 쓰고 인간다움을 고민하고 아름다움에 탐닉한다. 그래도 결국, 먹고 자고 싸는 문제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되지 않을 땐 거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첫 단추를 끼우는 거다. 당신의 2010년이 부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평범한” 한 해가 되길 빈다.

이다혜/<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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