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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앵벌이 아니라니깐~

등록 2010-02-24 21:16

거참, 앵벌이 아니라니깐~
거참, 앵벌이 아니라니깐~
[매거진 esc] 하이스코트 킹덤과 함께하는 영업맨 사연 공모전
대학교 1학년 첫 겨울방학, 급하게 돈이 필요해 구인광고지를 뒤지다 뭔가 발견했습니다. ‘방향제 판매 아르바이트’ 기본급+알파! 기본급도 60만원 정도였습니다. 이거 괜찮겠다 싶었지요. 당장 전화로 문의하였습니다. 당장 일할 수 있다더군요. 다음날 친구와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했습니다. 전단에는 ‘기본급+알파’라더니, 사장을 만나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웬걸 성과제더라구요. 방향제 가격은 3000원. 한 개를 팔면 1000원을 아르바이트생이 가지게 되고, 나머지 2000원은 사장이 가져가는 조건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방향제 판매 아르바이트생인데요~ 방향제 하나만 사 주세요. 천연재료로 만든 방향제라 머리도 안 아프고 좋아요~” 이렇게 외치기 시작하면, 대부분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어린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대견하게 여겨서인지 사 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첫날 성과는 50개 판매. 첫날치고는 괜찮은 점수였습니다. 첫날 5만원을 손에 쥐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하루 종일 겪었던 피곤함과 창피함은 눈 녹듯 사라지더군요. 하루하루 좋아지는 판매 실력!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변함없이 새로운 판매장소를 향하였지요. 그날 행선지는 청계천이었습니다. 복원되기 전이었지요. 유난히 추웠던 그날, 두꺼운 점퍼를 입고 여전히 손가락에는 방향제를 끼우고 장사를 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퍽 추워서 손가락은 얼고 급기야 땡땡 부어오르기까지 하였습니다. 바람도 심하게 불어 얼굴도 빨개지고 머리도 헝클어지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답니다. 그러다 목표 발견! 부동산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방향제 아르바이트 학생인데요~ 방향제 팔러 왔어요~ 하나만 사 주세요~”라며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한참 이런저런 광고를 하는데 부동산 주인 반응이 영 미지근하더군요. 한참 동안 의심스러운 눈길로 훑어보더니 내뱉는 말. “너 앵벌이지?” 헉, 앵벌이라니. “아녜요~ 전 그냥 대학생이고요. 방향제 판매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에요~” 주인 아저씨의 의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끝없이 심문을 계속할 것 같았습니다. 학생증을 보여 달라더군요.

“음, 학생이 고생이 많네. 기특해.” “아저씨 저 기특하죠? 그럼 좀 많이 사 주세요~^^” 결국 저는 그 부동산 아저씨한테 싸구려 방향제 10개를 팔았습니다. 제가 퍽 대견스러워 보였던 모양입니다.(앗싸~ 성공! 속으로 교만한 웃음을 지었지요) 그런데 제가 그 부동산을 나설 때 뒤에서 들려오는 말. “어이구, 불쌍하네. 정말로 앵벌이 아니겠지? 저 학생 말 진짤까? 가서 바로 돈 뺏기는 거 아냐?” 이 아저씨, 의심을 완전히 푼 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저를 따라오시더니 저희 사장님이 기다리는 차까지 왔습니다. 앵벌이 시키는 거 아니냐며 이것저것 깐깐하게 물어보시다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기셨는지 그제야 돌아가시더군요. 앵벌이로 오해받을 만큼 내 상태가 그리 안 좋았나 하는 생각이 드니 섭섭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저를 걱정해 준 아저씨의 마음이 고맙더라고요.

전 정확히 한 달 뒤에 방향제 방문판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습니다. 번 돈은 총 120만원이었어요. 한 달 아르바이트한 것치고는 많이 벌었죠? 앵벌이로 오해받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등 창피한 일도 많았으며, 춥고 배고팠지만 저한테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정재경/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일러스트레이션 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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