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
“나는 까다로운 심판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럴 때 투수가 티를 내면 안 된다고 프로야구 중계 해설자들은 쉽게 말했다. 볼 판정에 민감하면 컨트롤이 흔들리니까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마운드에 서자 그게 잘 안 됐다. 마음속에선 ‘정말 이러기야!’ 하는 억울한 심정이 요동쳤다.”
박상의 야구소설 <말이 되냐>를 낄낄거리고 읽다가 저 대목에서 과속방지턱에 걸린 듯 급정지했다. 하는 말 하고는. 개막을 코앞에 둔 프로야구만 봐도 그렇다. 축구 중계, 쇼트트랙 중계를 봐도 그렇다. 이 잘난 해설자들 입을 꿰매버리고 싶을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다. 직구 코스로 들어간 공을 사뿐히 볼로 판정하는 심판을 보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면 그동안 뭐하러 열심히 연습했나. 해설자 니들 나와서 공 한번 던져봐라. 마!
취직을 하고 싶은데 취직이 되지 않으니 취직하고 싶지 않은 듯한 분위기를 필사적으로 연습해 보여주곤 하던 친구가 있다. 하고 싶어 할 때도 안 되던 취직은, 이제 취직 안 해도 괜찮아 보인다며 더더욱 되질 않는다. 누구는 아르바이트라도 하래지, 누구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 말래지, 누구는 태도를 고치래지, 누구는 지금처럼 하래지. 남의 인생이라고 말 참 쉽게 한다 싶어지고, 그런 생각이 들면 니킥이라도 날려주고 싶지만, ‘취직 못해서’라는 말이나 들을까 싶어 꾹 참는다. 아무도 남의 인생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좋겠단다. 부모건 형제건 친구건.
심판은 심판대로, 해설자는 해설자대로, 존재 이유가 있고 역할이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새겨들을 말과 흘려들을 말을 구분할 줄도 알게 되고, 타인의 말과 관계없이 죽도록 연습해야 할 때도 알게 된다. 티 없이 성공해야 타인의 삶을 논평할 권리를 갖는 건 아니다. 야구는 3할을 성공하기 위해 7할을 실패한다. 안 돼도 되고 돼도 안 되고. 신세한탄을 하는 친구가 있거든 3할을 말하고 7할을 들어보시라. 들어도 말하는 것이고 말해도 듣는 것이다. 그만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이다혜/<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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