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함부로 말하지 말라

등록 2010-03-17 19:05

[매거진 esc]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
“나는 까다로운 심판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럴 때 투수가 티를 내면 안 된다고 프로야구 중계 해설자들은 쉽게 말했다. 볼 판정에 민감하면 컨트롤이 흔들리니까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마운드에 서자 그게 잘 안 됐다. 마음속에선 ‘정말 이러기야!’ 하는 억울한 심정이 요동쳤다.”

박상의 야구소설 <말이 되냐>를 낄낄거리고 읽다가 저 대목에서 과속방지턱에 걸린 듯 급정지했다. 하는 말 하고는. 개막을 코앞에 둔 프로야구만 봐도 그렇다. 축구 중계, 쇼트트랙 중계를 봐도 그렇다. 이 잘난 해설자들 입을 꿰매버리고 싶을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다. 직구 코스로 들어간 공을 사뿐히 볼로 판정하는 심판을 보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면 그동안 뭐하러 열심히 연습했나. 해설자 니들 나와서 공 한번 던져봐라. 마!

취직을 하고 싶은데 취직이 되지 않으니 취직하고 싶지 않은 듯한 분위기를 필사적으로 연습해 보여주곤 하던 친구가 있다. 하고 싶어 할 때도 안 되던 취직은, 이제 취직 안 해도 괜찮아 보인다며 더더욱 되질 않는다. 누구는 아르바이트라도 하래지, 누구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 말래지, 누구는 태도를 고치래지, 누구는 지금처럼 하래지. 남의 인생이라고 말 참 쉽게 한다 싶어지고, 그런 생각이 들면 니킥이라도 날려주고 싶지만, ‘취직 못해서’라는 말이나 들을까 싶어 꾹 참는다. 아무도 남의 인생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좋겠단다. 부모건 형제건 친구건.

심판은 심판대로, 해설자는 해설자대로, 존재 이유가 있고 역할이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새겨들을 말과 흘려들을 말을 구분할 줄도 알게 되고, 타인의 말과 관계없이 죽도록 연습해야 할 때도 알게 된다. 티 없이 성공해야 타인의 삶을 논평할 권리를 갖는 건 아니다. 야구는 3할을 성공하기 위해 7할을 실패한다. 안 돼도 되고 돼도 안 되고. 신세한탄을 하는 친구가 있거든 3할을 말하고 7할을 들어보시라. 들어도 말하는 것이고 말해도 듣는 것이다. 그만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이다혜/<씨네21>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