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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기서 건진 ‘기적’

등록 2010-04-30 08:51

[매거진 esc]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
공지영 작가는 김정 감독과의 대담에서 대학생인 딸이 어두운 이야기를 극도로 싫어하더라고 했다. 요즘 젊은 세대가 특히 그렇다고. 얼마 전 입사 원서 심사를 할 일이 있었던 한 선배는 “어두운 사람은 싫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지난 밴쿠버 겨울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대한 기사 중 ‘경쾌한 신세대식 세리머니’에 대한 예찬이 참 많았다. 구세대와 다르다고. 메달 색깔이 전부는 아닌 ‘요즘 아이들’ 문화 어쩌고.

‘요즘 아이들’이 아니라 ‘요즘 세상’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악바리 정신, 근성, 피와 땀이 맺힌 노력. 이런 단어들은 기피대상이 되어간다. 웃음, 여유, 재능, 긍정주의, 미소년(미소녀)과 같은 단어들이 예쁘고 쿨한 가치로 떠올랐다. 어느 쪽이 좋은지 저울질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쪽과 저쪽의 선택지를 받는 대신 주어진 대로 살아가느라 원치 않는 어두움을 뒤집어쓰고 사는 사람들에게 “보기 싫다”고 낙인찍지 않을 줄 아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이시카와 다쿠지의 <기적의 사과>는 무농약 사과를 만들기 위한 한 농부의 십년 넘는 집요한 노력의 기록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무농약 사과의 꿈을 위해 그의 장인과 장모까지 죽으로 연명해야 했고, 그 자신도 삼십대에 노인의 얼굴이 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그는 자살을 하려고 산에 올랐다. 그마저도 서툴렀던 그는 밧줄을 엉뚱한 곳으로 던지는 바람에 숲 속 나무 한 그루를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이 숲 속 사과나무는 어째서 농약 없이 이렇게 건강한가. 그날 밤으로부터도 몇 년이 더 걸려서야 그는 썩지 않는 무농약 ‘기적의 사과’ 수확에 성공했다.

이 책을 읽으며 유기농 대박의 희망에 부풀 수도 있고 칠전팔기 성공담에 무릎을 칠 수도 있지만, 나는 어둡고 밝고 못나고 예쁘고를 넘어서는 건강한 사과와 건강한 인간을 본다. 온 세상이 자신의 등을 벼랑 끝으로 떠미는 것 같아서 괴롭다는, 자의가 아닌 ‘프리랜서’ 생활을 지속하는 후배에게 위로의 말 대신 건넨 책이다.

이다혜/<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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