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책에서 배우는 위로의 기술
거짓말은 좋은가 나쁜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내게 이득이 되는 거짓말인지, 남을 해하는 거짓말인지, 그냥 웃자고 하는 농담인지. 어린아이에게 사실이 아닌 말이 거짓말이고 거짓말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건 어른이지만, 어린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 역시 어른이다. “세상에는 하얀 거짓말이 있어, 가끔은 진실이 남에게 상처 줄 수도 있거든. 그런 거짓말은 나쁘지 않아.” 문제는 하얀 거짓말의 범주가 나이를 먹을수록 거대해진다는 데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연작 단편집 <얼간이>에는 ‘모나지 않게’ 이사하려고 항아리를 믿는 종교에 빠져들었다고 둘러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항아리를 믿는다는 말보다 이사하겠다는 결심을 말하는 게 어렵다는 말인가 싶어 우습기도 하지만 관계를 망치고 싶거나 상대에게 상처 주거나 제3의 진실을 말하기가 싫다고 결정한 이상 진실만 피할 수 있다면 똥을 뒤집어쓴다 한들 두렵지 않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런 거짓말에는 적당히 속아주는 게 어른의 관용이라는 것도 배우게 된다.
검고 하얀 거짓말의 색깔론에 새로운 색깔이 추가되었다. 파란색. ‘1번’이라고 써 있거나 1번을 찍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 절대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그 선명한 파란색. 이사하겠다는 말을 차마 못해 항아리를 믿는 종교를 갖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일만큼이나 재미있고 황당한 당당함.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그런 항아리 거짓말에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그들의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결정한다. 이쪽의 현실은 좀더 복잡하다. 노란 리본 나부끼는 나무 아래서 흐느끼며 감상에 젖어 있지만 말고 파란색 1번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미래의 위로를 절약하는 방법이 6월2일 찾아온다. 우리 인간은 못 되어도 항아리에 절은 하지 말자. 제발.
이다혜/<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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