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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서 주운 채소로 끓인 된장국

등록 2010-06-16 18:56수정 2010-06-23 11:13

[매거진 esc] 한살림과 함께하는 밥상사연 공모전
1984년도 추운 겨울쯤 생활고에 시달리고 계셨던 어머님께서는 빚만 남겨 놓으신 채 집을 나가셨습니다. 선택의 여지 없이 할머님께서는 저를 키워 주시게 되었지요.

그때는 왜 그리도 배가 고팠는지 지나가는 아이가 빵을 먹고 있으면 한입만 달라고 통사정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느날 쌀항아리를 열어 보신 할머님께서는 바닥에 누워 통곡을 하셨지요.

“허이구~ 못된 사람 같으니, 핏덩이를 놔두고 자기만 잘살겠다고 집을 나가노…. 집구석에는 쌀 한톨 없구….”

그렇게 할머님께서는 통곡을 하시며 집을 나가신 어머님께 말씀하고 계셨지요. 이렇게 앉아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신 할머님께서는 제 손을 붙잡고 재래시장으로 향했습니다.

“할머니 어디 가는 거예요?”

“어어~ 우리 강아지 배고프지? 할미가 밥해주려고 시장 가는 거야.”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시장에 가셔서 반찬을 사실 줄 알았는데, 시장 끝 쪽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채소들을 골라서 봉지에 담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이걸로 뭐하게요?”

“깨끗한 걸로 골라서 가져가서 할미가 밥해줄게.”

썩은 배춧잎과 말라 시들시들해진 각종 채소들을 골라 봉지에 넣으셨습니다.

그러고는 집에 오셔서 이웃들 집집마다 다니시면서 쌀을 얻으셨죠.

집을 나가신 어머님이 너무도 원망스러웠습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이렇게 살아가야 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배가 고파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얼마 뒤 할머님께서는 밥상을 차려 오셨습니다.

“우와~ 쌀밥이다!”

“그래 어서 먹으렴, 우리 강아지 많이 먹어.”

재래시장에서 주워 온 배춧잎에 고춧가루를 묻힌 겉절이에 흰쌀밥에 그리고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된장국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시고 고생만 해오신 할머님께서는 6년 전 위암으로 하늘나라에 가셨지요. 그토록 제 손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는데.

할머님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마 존재하지도 못했겠죠. 그때 그 시절 할머님께서 재래시장에 가셔서 주워 오신 채소들로 만들어 주신 구수한 된장국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김민선/서울 중랑구 면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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