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밥’, 사람과 사람 사이

등록 2010-07-07 19:03수정 2010-07-07 19:12

‘밥’, 사람과 사람 사이. 박미향 기자
‘밥’, 사람과 사람 사이.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종종 커다란 수첩을 꺼내 사람 지도를 만든다. 평생 아끼고 챙기면서 살아야 할 사람들을 크고 작은 동그라미로 그리는 것이다. 올해 처음 지도에 입성한 사람도 있고, 누구는 지난해보다 더 큰 동그라미로 한 자리 떡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작년에는 가장 큰 동그라미로 권력(?)을 휘두르다가 지금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버린 이도 있다. 이 일의 시작은 어떤 선배의 충고 때문이었다.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외쳐대는 그 선배는 첫번째 준비물로 ‘사람’을 들었다. 늙어서 쭈그렁 할망구가 되어도 같이 놀아줄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살다 보니 그 말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내 삶의 철학은 ‘죽도록 웃기게 놀면서 살자’가 아니던가!

돌아보면 삶의 순간순간마다 놀아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20대 초에는 한없이 푸근하기만 했던 대학교 앞 술집 주인이 놀아주었다. 수업을 땡땡이치고 흐드러지게 핀 목련꽃을 핑계 삼아 그 어둑한 술집으로 기어들어가면 그녀가 실컷 놀아주었다. 사진기를 잡고부터는 나보다 어리지만 ‘위대한 사진’에 대한 강한 욕망으로 손톱에서 피나게 셔터를 눌러댔던 청년들이 놀아주었다.(사진학과 작업실은 때때로 십원짜리 동전이 오가는 도박판이다) 회사에서는 매번 ‘잘해낼 수 있을까’ 소심하게 움츠러들 때마다 선배들이 “잘 노는 것이 남는 것이여” 하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음식 기사를 쓸 때는 하루 종일 프라이팬을 돌리는 요리사들이 놀이도구로 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었다. 이들과 놀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밥’ 때문이었다. 이들에게 건넨 나의 첫마디, “나랑 밥 먹을래요”가 없었다면 ‘관계’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밥은 섬 같은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밥알이 오고 가는 동안 식탁에는 서로의 과거가 지나가고 지금의 시간이 묻어난다. 그래서 ‘밥 먹기’는 중요하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밥을 먹어야 한다. 기가 찬 것은 먹는 밥의 종류가 세월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는 점. 설렁탕에서 파스타까지. 음식문화의 변천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 연재에서 다루려는 이야기는 이 ‘밥’에 대한 것이다. 살면서 내 지도에 등장한 사람들과 먹었던 밥, 세월에 따라 달라졌던 밥, 함께 그 밥을 먹었던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개봉박두. 오늘은 예고편이다. 본편은 다음주부터.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