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와 분점의 특별한 관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남자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진짜! 손만 뻗으면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만질 수도 없는 ‘그 옛날’의 여인네를 잊지 못한다고! 흥!~ 믿을 수 없다. ‘그들’은 첫사랑의 대상을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심장을 마구 뛰게 한 그 감정이 그리울 뿐이다.
그렇다고 첫사랑의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나랑 밥 먹”은 후배들은 첫사랑 경험에서 강력한 조언을 구하더라!
‘원조’라는 이름의 음식점과 ‘분점’의 관계도 비슷하다. 원조집에서 맛본 첫맛이 그리워야만 분점을 찾는다. ‘원조’의 조언이 건강해야만 ‘분점’의 맛도 훌륭하다.
광진구 화양동에 위치한 ‘원조숯불소금구이’와 강남구 신사동의 ‘병철이네 치맛살’이 그런 관계다. 최관호(29)씨의 ‘병철이네 치맛살’은 ‘원조숯불소금구이’의 첫번째 분점이다. ‘황아저씨’라고 불리는 ‘원조숯불소금구이’의 주인 황종현(67)씨는 “분점 내자고 사방에서 전화왔지. 안 했어. 근데 관호 녀석에게는 내줬지”라고 말한다.
‘원조숯불소금구이’는 한자리에서 17년간 돼지고기를 구웠다. 처음에는 돼지의 목살만 취급하다가 “목살 옆에 맛난 부위를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그것을 식탁에 냈다. “고기를 취급하는 이들이 ‘치맛살’이라고” 부르는 항정살(돼지 목덜미의 목살. 특수부위)이었다.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보다 색이 분홍빛이고 마블링이 훌륭하다. 돼지 한 마리당 150~200g 정도만 나온다. “수입 돼지고기 아니고 우리 돼지야. 가져오는 곳은 나만 알아.” 황씨의 말이다. 이 집의 된장찌개는 독특하다. 4가지 된장과 고추장, 멸치 우린 물, 우거지 등이 들어간다. 소스도 개발했단다. “콩가루, 계란, 안 넣어 본 게 없어. 관호 녀석에게는 알려줬는데 다른 곳에다 말하면 다시는 안 본다고 했어.” 두 사람만의 비밀이다. 이 된장찌개에 밥과 파무침을 넣고 말아먹으면 마치 개장국을 먹는 것처럼 땀이 솟는다. 찌개 안에서 뽀얗게 살이 오른 밥알들이 목구멍을 타고 사랑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간다.
최씨가 ‘병철이네 치맛살’을 열 때 황씨는 그릇부터 식탁의 배치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알려주는 최고의 조언은 “직접 구워줘라. 손님 관리가 장수의 비결이다”였다. 그의 조언을 성실하게 지킨 ‘병철이네 치맛살’은 이제 문을 연 지 두 달 조금 넘었지만 순항의 조짐이 보인다. ‘관호 녀석’은 어떻게 ‘황아저씨’를 꼬셨을까? “살려고 당돌하게 덤벼드는” 절박한 젊음이 비결이었다. 최씨는 몇날 며칠을 “할래요. 하게 해 주세요” 달려들었다.
‘원조’를 잇는 ‘병철이네 치맛살’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몰랑몰랑한 재즈풍의 노래가 나오고 분홍빛 포스터가 걸려 있다. 세련된 디자인이다. 간판도 모던하다. 이름조차 요즘 20대를 상징한다. ‘병철이’는 최씨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다. 두 맛이 어떻게 교류하며 이어갈지 지켜볼 생각이다.
‘원조숯불소금구이’ 돼지치맛살 1만원. (02)2205-0808. / ‘병철이네 치맛살’ 치맛살 1만2천원, 된장찌개 5천원. 070-8899-6629.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원조숯불소금구이’ 돼지치맛살 1만원. (02)2205-0808. / ‘병철이네 치맛살’ 치맛살 1만2천원, 된장찌개 5천원. 070-8899-6629.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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