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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 다음은 보톡스?

등록 2010-09-30 09:42

[매거진 esc] 강지영의 스트레인지러브
이십대 중반 어느 날, 뜬금없이 쌍꺼풀이 생겼다. 그건 여름휴가 마지막 날 생긴 기적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쌍꺼풀이 생길 만한 ‘짓’을 한 적이 없던 나는 수도 없이 눈을 깜빡거리며 내게 찾아온 기적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튿날에도 그 이튿날에도 쌍꺼풀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공짜인데다 어떠한 후유증도 남기지 않고 선명하게 자리잡은 쌍꺼풀이 고맙고 대견했다. 쌍꺼풀은 나를 용감한 인간으로 바꿔놓았다. 쇼핑을 할 때도 외꺼풀 시절의 소박하고 단조롭던 취향을 내던지고 점점 화려하고 과감한 디자인을 찾게 되었고, 사진 찍기를 주사 맞는 것만큼이나 싫어했던 내가 미니홈피를 개설해 민망하고 유치한 사진들을 줄줄이 게시하기 시작했다. 평소엔 엄두도 내지 못했던 화려한 아이섀도를 사들이고, 내친김에 속눈썹 파마까지 했다. 그러곤 부처의 눈에 동자를 그려 넣듯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눈화장을 하고 자랑스레 거리를 활보했다.

딸에게 자신의 외꺼풀을 물려준 걸 몹시도 미안해하던 엄마는 의외로 갑자기 생긴 내 쌍꺼풀을 그리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나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돌연 성형외과를 찾아가 쌍꺼풀 수술을 받고 나타났다.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이 그렇듯 우리 모녀 역시 종종 사소한 일로 경쟁하고 틀어지고 화해하기를 반복해왔다. 나는 엄마의 쌍꺼풀이 경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믿으며 못내 꼬부장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엄마 역시 쌍꺼풀이 생긴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엄마는 ‘미인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성형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고치는 수술이다’와 같은 명언을 신조로 현재까지 몸매를 관리하고 화장과 옷차림에 적잖은 투자를 하며 자타 공인 미인 반열에 올라섰다. 요즘 나는 엄마와 나 사이를 다시 화끈하게 달굴 새로운 경쟁거리를 구상중이다.

아빠도 엄마도 아닌 큰고모의 눈을 닮은 내 동생은 이렇게 말한다. 언니랑 엄마는 참 비슷해, 눈 말고 성격이. 다음엔 뭘로 경쟁할 거야? 동생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음, 다음엔 보톡스?

강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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