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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소 터진 타로점

등록 2010-10-28 14:12

[매거진 esc] 강지영의 스트레인지 러브
오늘 타로카드점을 봤다. 평소 사주나 관상, 수상 등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직접 점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타로 리더가 무료하게 먼눈을 팔다 내가 마주 앉자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았다. 첫말을 어떻게 떼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리더가 애정, 재물, 직업, 전생, 건강 등의 항목과 복채가 적힌 팸플릿을 내밀었다. 올겨울 새 책 출간을 앞둔 나는 향후 직업운을 점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점을 고르자 리더가 카드를 부채꼴로 펼치고 자신의 직업을 떠올리며 일곱 장을 고르라고 했다. 나는 카드에 인생을 내맡긴 도박꾼처럼, 느리고 신중하게 일곱 장을 골라내었다.

“언니야, 지금 이직 고민하고 있지요? 일도 잘 안 풀리고, 앞뒤가 꽉 막혀서 짜증만 난다고 나오네. 그래서 일이 들어와도 꾀부리고 게으름만 피우게 되는 거예요.” 다소 엉뚱한 점괘였다. 이제 글을 쓴 지 고작 3년밖에 안 됐는데 이직을 결심할 리도 없고, 그럭저럭 자리가 잡혀가나보다 한숨 돌리고 있던 찰나에 앞뒤가 꽉 막혔다니. 게다가 꾀부린다는 표현은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마지막 날, 한달치 일기가 밀린 걸 엄마에게 발각된 이후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잊혀진 표현이어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는 곧바로 리더에게 내가 월급쟁이가 아니며 이직을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타로카드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무튼 언니야 고민은 한 3개월 지나면 자연히 해소된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그리고 새로운 사람 말은 믿지 말라 하시네.”

무책임하지만 훈훈하게 타로점을 마무리한 리더는 다시 나를 만나기 전의 멍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나는 설렁탕 한 그릇 값 정도의 복채를 지불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서핑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타로점은 질문자의 예지력, 잠재능력 등을 통해 근미래를 내다보는 것으로, 같은 카드라도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내 예지력이 별 볼 일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리더를 잘못 만난 탓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새로운 사람 말은 믿지 말라던 그 점괘 하나만큼은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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