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랄라와 티라미수를
[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푸드스타일리스트 ㅈ은 몇 달 전 이른 아침 딸과 택시를 잡으려고 나선 길에 곤욕을 치렀다. 택시기사들은 전염병 환자도 아닌데 이들 모녀를 피해간 것이다. 이유는 안경이었다. “첫 손님으로 안경 낀 여자를 태우면 재수가 없다네.” ㅈ의 딸은 안경을 썼다. 이 희한한 편견을 듣고 난 후 안경을 낀 처자들만 보면 ㅈ의 얘기가 떠올랐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 요리만화 <코알랄라>를 연재하는 얌이(30·본명 최지아)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똘똘한 눈동자는 동그란 안경 너머에서 빛나고 있었다. <코알랄라>는 한창 인기몰이 중인 만화다. 클릭 수가 15만~35만건을 넘고, 지난 12월 초에는 ‘애니북스’에서 단행본이 출판되기도 했다. 이 만화는 통통한 코알라가 ‘필 팍 꽂힌 음식’을 찾아 미친 듯이 질주하고 침이 뚝뚝 떨어지는 요리법을 소개해서 재미를 더하는 웹툰이다. 만화를 보면 작가가 먹을거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식신, 코알라를 닮았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쉽다. 아니다. 그는 아담하고 섬세하며 싱그러운 예술가적인 풍모가 그윽한 처자였다.
평소 그의 팬이기도 한 기자는 연재를 부탁하기 위해 그를 만났다. “작가님, 잘 아시는 데로 가셔요.” 그는 홍대 앞 카페박사였다. 몇 번 그의 인도하심으로 찾아간 카페들이 닫혀 있자 얌이는 모노드라마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혼잣말로 중얼중얼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말이다. 검지를 들어 절제된 각도를 유지하면서 방향을 가리키는 동작은 한 장의 만화를 보는 듯했다. ‘타고난 예술가는 다르긴 다르구나!’ 긴 순례 끝에 도착한 파라다이스는 디저트 카페 ‘비 스위트 온’(Be Sweet On)이었다. 얌이의 단골집이다. 우리는 따끈한 커피와 티라미수를 먹었다. 으흠! 코알라가 된 느낌이었다.
티라미수가 어떤 디저트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 케이크다. 마스카르포네치즈와 에스프레소 커피, 초콜릿이 만드는 걸작품이다. 만들기도 쉽다. 마스카르포네치즈, 달걀, 설탕, 생크림을 섞고 그 위에 스펀지케이크나 비스킷을 얹고 에스프레소를 붓는다. 그 위에 재료들을 또 부은 다음 코코아가루를 뿌리면 끝이다.
요리만화 <절대미각 식탐정> 1권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마스카르포네치즈 대신 유지방이 적은 리코타치즈를 넣어 만든 티라미수(사진)가 등장한다. 얌이는 집에서 비싼 마스카르포네치즈 대신 크림치즈를 쓴다고 한다. 달콤한 맛은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도록 인도했다. 얌이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독립적인 얌이는 절대로 남자친구가 집 문 앞까지 배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전철역에서 헤어진다. “그도 갈 길이 멀어요.” 이유는 단순하지만 배려의 마음이 숨어 있다. 그의 마음은 ‘비 스위트 온’의 티라미수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길고 예쁜 초콜릿 바가 케이크 위에 대각선으로 놓여 있었는데 자기 쪽을 향하고 있는 부분만 깔끔하게 먹어치웠다. 나머지는 내 몫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와 1월에는 진한 프랑스 음식을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다. (‘비 스위트 온’/서울 마포구 서교동/02-323-2370/3800~8900원)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