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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여인, 그리고 뷔페

등록 2011-01-13 15:00

열정의 여인, 그리고 뷔페
열정의 여인, 그리고 뷔페
[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겨울 햇살은 참 좋다. 차가운 공기를 마구 휘젓고 힘겹게 대지에 앉는 노력이 가상하다. 그날도 따스했다. 뷔페 레스토랑의 창가는 봄날 같았다. “안녕, 안녕, 오랜만이야.” 만나자마자 손을 마주 잡았다. 온기가 전해져왔다. 1년 만이다. 반가웠다. 4년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같았다. 그때 홀딱 빠졌던 기억이 난다. 동글동글한 눈매, 아담한 체구, 느리고 우아한 목소리까지. 이 아름다운 처자의 매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품성에서 배어나는 ‘착한 본성’이 더 유혹적이었다. 사람은 외모보다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이 더 치명적인 법이다. 그의 과거사도 흥미진진했다.

그의 이름은 박인선. 1990년대 초 청소년기를 보낸 이라면 낯익은 이름이다. 청소년 성장드라마 <사춘기>의 주인공이었다. 10살 때 <문화방송>(MBC) 신년 특집극 <돈>으로 데뷔했다. <사춘기> 1기를 마치고 출연한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는 배우 최강희와 함께 ‘10대 뜨는 스타’로 언론을 탔다. 그야말로 ‘잘나가는 아역배우’였다. 그도 최강희처럼 될 수 있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우연으로 데뷔를 해서인지 대학에 입학하고 미련 없이 그 생활을 청산했다. “부모님이 집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집 보러 온 이가 엠비시 피디였어요. 방에서 놀고 있는 우리 4자매를 보고 모두 연예인 시키라고 한 거죠.” 박씨의 어머니는 둘째딸을 방송사로 보냈다. 공부도 재미있고, 바빠서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점도 싫었다고 한다.

옛날이야기가 끝나자 요즘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열정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의 일을 자랑했다. 그날 함께 점심을 먹은 뷔페 레스토랑 ‘더 킹스’는 그의 일터이기도 하다. 그는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호텔’의 피아르(PR) 매니저로 일한다. ‘더 킹스’의 전신은 1975년에 생긴 오래된 뷔페 레스토랑, ‘킹스’다. 한국의 호텔 뷔페 레스토랑의 변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년에 ‘라이브’ 코너를 늘리는 고급화 전략으로 리뉴얼했다. ‘라이브’는 만들어 놓은 것을 내지 않고 요리사가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것을 말한다. 음식 코너마다 주방장이 2~3명 있다. 음식을 맛나게 먹는 최고의 방법은 만들자마자 먹는 것과 배고플 때 먹는 것이다.

그의 직장에 대한 열정과 일에 대한 애정을 보니 흐뭇했다. 해산물은 신선했고 속을 달래기 위해 먹은 전복죽은 푸근했다. 죽은 곡물로 만드는 음식 중에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너무 끓여 쌀알이 뭉개져서도 안 되고 물만 많거나 쌀알이 밥알과 비슷해 보여도 안 된다. 만들기 쉬워 보여도 절묘한 요리기술이 필요한 음식이다. 죽은 동치미나 나박김치와 짝이다. 뭉클한 식감은 차고 새침한 김치 국물과 만나 더 생생해진다. 간장, 소금, 꿀, 마른반찬도 친구가 된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죽을 먹었을 정도로 속을 다스리는 데는 이만한 음식도 없다.

요즘 밤늦도록 일만 하느라 연애도 제대로 못한 그를 위해 주변에 참한 총각들을 섭외해야겠다.(‘더 킹스’ 02-2270-3121, 아침 3만6000원, 점심 5만8000원, 저녁 6만5000원. 부가세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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