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이응일 감독의 디지털 불청객
스마트폰·캠코더·하이브리드 디카 등 동영상 기기 대해부
스마트폰·캠코더·하이브리드 디카 등 동영상 기기 대해부
자장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이 치열하고 근원적인 고뇌. 그런데 가뜩이나 삶이 팍팍하고 고달픈 요즘, 디지털 가전에도 자장·짬뽕 같은 고민거리가 있다. 캠코더냐 디카냐? 그것이 문제로다!
요즘은 핸드폰과 디지털카메라로 다들 재미 삼아 동영상 한번쯤 찍어봤을 것이다. 동영상은 반드시 티브이, 컴퓨터와 같은 전자적 매체를 통해 봐야 한다는 약점이 있으나, 사진이 놓치는 움직임과 소리를 담을 수 있고 특유의 표현과 찍는 재미가 있다. 유튜브 같은 인터넷 동영상 매체가 유행하고 스마트폰-컴퓨터-티브이가 연결되는 ‘네트워크’와 ‘컨버전스’(융합)의 시대가 오면서, 일상생활에서 손수 제작 동영상의 재미를 좀더 쉽게 누릴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디지털 캠코더는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은 소위 ‘풀 에이치디(HD)’(고화질)와 ‘테이프리스’(테이프 없는 녹화 방식)가 대세다. 여기에 얼굴 인식 등 디카의 최신 기술을 접목하여 초보자도 쉽게 촬영할 수 있다. 한편 디카는 동영상 촬영과 손떨림 방지 등 전통적인 캠코더 기술을 내장하여 캠코더를 위협하더니, 마침내 렌즈교환식 디에스엘아르(DSLR)로 캠코더 뺨치는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
이렇게 용호상박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춘추전국의 난세에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싶은데 하나만 장만한다면 무엇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하여 필자가 나서서, 디지털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충실히 고민하면서 기술의 최전선에 선 동영상 촬영 제품들을 소개해 드리겠다.
찍기만 하면 된다면
스마트폰 | 단지 기록만 하면 된다. 따로 챙길 필요가 없으니 편한데 화질도 의외로 괜찮다. 애플 ‘아이폰4’, 삼성전자 ‘갤럭시S’, 에이치티시(HTC) ‘디자이어HD’는 1280×720 해상도의 에이치디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고, 엘지전자의 ‘옵티머스2X’(왼쪽 사진)는 무려 1920×1080 풀 에이치디 촬영이 가능하다. 아이폰4는 아이무비라는 유료 편집 애플리케이션으로 폰 안에서 편집하고 자막을 입힐 수 있다. 디자이어HD와 옵티머스2X는 고화질 영상 입출력(HDMI) 단자로, 갤럭시S는 무선으로 티브이에 직접 연결하여 영상을 볼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은 손떨림 방지와 줌 렌즈가 없고, 얼굴 인식 기능이 드물다. 움직임이 심한 화면에서 위아래가 따로 노는 ‘젤로현상’도 심한 편이다.
포켓 캠코더 | 캠코더의 계보에서 뻗어나온 소형 하이브리드 제품군. 손안에 쏙 들어가는 휴대성이 강점이다. 산요 ‘작티(Xacti) VPC-CA100’은 5배 광학 줌 등 캠코더로서 완성도가 높고 방수 기능으로 물놀이도 찍을 수 있다. 소니 ‘MHS-TS20K’ 블로기 터치는 휴대폰만한 본체에 유에스비(USB) 단자와 전용 편집 프로그램을 내장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둘 다 풀 에이치디와 얼굴 인식을 지원하며, 전자식 손떨림 방지를 채택했다. 렌즈 구경이 작아 야간촬영의 화질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틸 사진도 어정쩡한 편이다. 가격은 30만~40만원대. 사진 위주, 때깔 좋은 동영상 원한다면 하이브리드 디카 | 최근 디카의 계보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캠코더까지 위협하는 제품군. 디에스엘아르의 화질과 콤팩트 디카의 간편함을 접목했다. 풀 에이치디 동영상 품질 또한 우수하며, 디에스엘아르의 낮은 심도를 표현할 수 있다. 렌즈교환식으로 각각 독자적인 렌즈 마운트를 갖추고 있으나 아직 다양한 렌즈가 출시되지 않아 망원이 필요한 동물원, 공연 촬영에 약할 수 있다. 소니 ‘NEX-5’는 파노라마 촬영 등 개성적인 사진 기능을 갖추었으나, 동영상 촬영 때 사진 모드보다 화각이 좁아진다. 삼성전자의 ‘NX10’은 촬영 때 자동초점(AF) 소음이 큰 편이며 젤로현상도 비교적 심하다. 파나소닉의 ‘루믹스(LUMIX) DMC-GF2’는 마이크로 포서즈 마운트 채용으로 렌즈가 가장 다양하다. 전용 3디(D) 렌즈로 입체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가격은 60만~80만원대.
디에스엘아르 | 최근 디에스엘아르의 에이치디 동영상은 화질이 워낙 빼어나 방송국 등에서도 활용된다. 선두주자인 캐논과 니콘은 드디어 보급기종인 ‘EOS 550D’(오른쪽 사진)와 ‘D3100’에도 이 기능을 탑재했다. 디에스엘아르 동영상의 남다른 특징은 낮은 심도. 한마디로 인물에만 초점이 맞고 배경은 흐릿한 감성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다만 초심자는 초점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자동초점 성능이 무척 중요한데, 소니의 ‘DSLT A 55’의 자동초점은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손떨림 방지 기능도 본체에 내장되어 렌즈를 가릴 필요가 없다. 디에스엘아르는 촬영중 렌즈를 교환해야 하므로 빠른 대응이 힘들다는 것이 약점. 동영상 기록 포맷도 제품별로 복잡해 컴퓨터에서 재생·편집이 불편한 점도 있다. 가격은 70만~90만원대.
비디오의 세계에 본격 입문하려면
슈팅형 캠코더 | 앞뒤로 길쭉한 형태의 전통적인 가정용 캠코더. 최근 크기와 무게가 놀랄 만큼 줄었다. 저조도 성능도 꾸준히 향상되어 밤에도 잘 찍힌다. 붙박이 렌즈는 줌 배율이 대개 10배 이상 되므로 망원에 강하다. 모두 기계식 손떨림 방지를 채택하고 있는데, 소니 ‘HDR-CX550’의 들고 뛰어도 끄떡없는 손떨림 방지 기능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 ‘HMX-S16’은 신기하게도 인터넷 방송에서 생중계가 된다. 이것으로 동네 바둑 대국을 생중계하든 돌잔치를 생중계하든 용도는 상상하기 나름이다. 캐논 ‘VIXIA HF-S21’은 톡톡 튀는 개성은 부족하나 기본기가 탄탄하다. 가격은 100만원대.
준전문가용 캠코더 | 다양한 고급 기종 중에서도 기발한 제품 둘을 소개한다. 앞서 디에스엘아르가 캠코더를 벤치마킹했다면, 반대로 소니 ‘NEX-VG10’은 디에스엘아르의 대형 촬상소자와 교환식 렌즈를 도입한 역발상. NEX 디카의 ‘E-마운트’ 렌즈를 사용한다. 생각보다 작고 가볍다. 그리고 정말 예쁘다. 아마도 웨딩비디오 시장에 돌풍이 일지 않을까? 굳이 흠을 잡자면 캠코더 특유의 전동 줌 버튼이 없어서 당황스럽다. 파나소닉 ‘HDC-TMT750’은 무려 3디 촬영이 가능하다. 기본 장착된 3디 컨버터를 떼어내면 일반적인 2디 촬영도 된다. 아직 3디 영상기술이 발전일로에 있기에 선뜻 추천하기는 힘들겠다. 가격은 200만원대.
일반적으로 디카의 동영상 기능은 아직 오디오 품질이 낮고 줌 소음과 녹화시간 제약 등의 한계가 있다. 오디오 문제는 외장 마이크를 달아 개선할 수 있으며, 추가 메모리와 배터리 한개쯤은 여벌로 구하는 것이 좋다. 동영상 전용의 싸고 가벼운 반유압식 삼각대가 필요할 수도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찍은 동영상을 편집하면 더욱 의미있는 기록이 된다. 윈도 무비메이커나 매킨토시의 아이무비처럼 쉽고 가벼운 편집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멋진 가족영화를 만들 수 있다. 지난번 다루었던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의 태블릿이 대중화되면, 언제든 쉽게 열어볼 수 있는 우리 집 전자앨범의 구실을 하게 될 거라 예상한다.
디지털 가전은 사치재가 아니라서 대체로 가격과 성능이 정직하게 비례한다. 내 주머니 사정과 용도에 맞는 적당한 물건을 골라 쓰는 것이 현명하다. 굳이 지름신에게 휘둘리지 않더라도, 이번 주말에는 잠자고 있는 디카를 꺼내 들고 사랑하는 이의 ‘움직이는’ 모습을 열심히 찍어 주자!
글 이응일 영화감독
포켓 캠코더 | 캠코더의 계보에서 뻗어나온 소형 하이브리드 제품군. 손안에 쏙 들어가는 휴대성이 강점이다. 산요 ‘작티(Xacti) VPC-CA100’은 5배 광학 줌 등 캠코더로서 완성도가 높고 방수 기능으로 물놀이도 찍을 수 있다. 소니 ‘MHS-TS20K’ 블로기 터치는 휴대폰만한 본체에 유에스비(USB) 단자와 전용 편집 프로그램을 내장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둘 다 풀 에이치디와 얼굴 인식을 지원하며, 전자식 손떨림 방지를 채택했다. 렌즈 구경이 작아 야간촬영의 화질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틸 사진도 어정쩡한 편이다. 가격은 30만~40만원대. 사진 위주, 때깔 좋은 동영상 원한다면 하이브리드 디카 | 최근 디카의 계보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캠코더까지 위협하는 제품군. 디에스엘아르의 화질과 콤팩트 디카의 간편함을 접목했다. 풀 에이치디 동영상 품질 또한 우수하며, 디에스엘아르의 낮은 심도를 표현할 수 있다. 렌즈교환식으로 각각 독자적인 렌즈 마운트를 갖추고 있으나 아직 다양한 렌즈가 출시되지 않아 망원이 필요한 동물원, 공연 촬영에 약할 수 있다. 소니 ‘NEX-5’는 파노라마 촬영 등 개성적인 사진 기능을 갖추었으나, 동영상 촬영 때 사진 모드보다 화각이 좁아진다. 삼성전자의 ‘NX10’은 촬영 때 자동초점(AF) 소음이 큰 편이며 젤로현상도 비교적 심하다. 파나소닉의 ‘루믹스(LUMIX) DMC-GF2’는 마이크로 포서즈 마운트 채용으로 렌즈가 가장 다양하다. 전용 3디(D) 렌즈로 입체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가격은 60만~80만원대.
‘EOS 55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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