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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건강한 후배 같은 봄나물

등록 2011-02-24 11:50

[박미향 기자의 ‘나랑 밥 먹을래요?’]
햇볕에 말려 불린 뒤 삶아 무쳐…천천히 씹어야 제맛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들 중 스승으로 모시고 싶을 만큼 건강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기쁘다. 후배 ㅂ은 내게 그런 이다. ㅂ은 인생의 고비마다 자신을 믿고 단호한 선택을 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어느 날 다니는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에 다시 입학했을 때도 그런 이유 때문에 세속적인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는 졸업하고 교사로 부임한 한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애들이 대사나 외우겠어”라는 조롱을 들으면서 연극반을 만들었다. 한 번도 칭찬을 듣거나 인정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과 대사를 읽고 몸동작을 연습하고 공연을 했다. 아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상이라는 것을 타고 박수를 받았다. “연극반을 하고 1년 뒤 아이들이 참 많이 변했어요. 자부심 같은 것이 보였어요.” 그는 행복하게 사는 법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삶은 열정적이다.

몇 년 전 내게 연애상담을 했을 때도 ‘역시 ㅂ이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남친은 그보다 무려 9살이나 어렸다. 2~3살 연하남과의 연애는 요즘 흔하지만 데미 무어도 아닌데 9살 아래라니! 용감하고 당당한 ㅂ도 연하남의 고백을 받았을 때 고민이 컸다고 했다. 당시 34살의 처자는 결혼을 생각해야 했고, 행여 ‘나이 많은 여자가 어린 남자라니 쯧쯧’ 하는 소리를 듣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지금 좋은데, 결혼 안 하면 어때.” 마음 가는 대로 연애를 시작했다. 나를 찾아왔을 때 ㅂ의 고민은 이별이었다. 연애한 지 2년 만에 둘은 헤어졌다. 바위만큼 단단한 관습 때문이었다. 고통이 컸고 나의 위로는 소용이 없었다. 이 연애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헤어진 지 석달 만에 달려온 남친과 다시 만나 결혼하고 최근에 예쁜 아기도 낳았다. 시가에는 2살 차이라는 귀여운 거짓말을 하고. 요즘 연극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 중이다.

따르고 싶은 선배 같은 후배 ㅂ은 청국장과 나물을 좋아한다. 두가지만 있으면 밥 열 공기는 가볍게 해치운다. 건강한 먹을거리 나물은 ㅂ과 닮았다. 음식은 사람의 성정과 품성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나물요리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다. <증보산림경제>(1766년) 6권에 ‘여러 가지 나물은 독이 없으니 먹어도 좋다’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우리 식탁과 가깝다. 밥상차림의 기본인 3첩 반상에도 김치, 생채와 함께 나물이 들어간다. 조선시대 맛객인 <도문대작>의 저자 허균은 귀양지에서 양식이 떨어지면 돌미나리, 쇠비름으로 배를 채웠다. 나물은 햇볕에 말렸다가 불려 삶아 무치면 더 고소하다. 나물마다 다르긴 하지만. 천천히 씹어 먹어야 그 향과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ㅂ이 산후조리를 끝내면 봄 냄새 한가득 핀 나물요리를 먹으면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리라. 건강한 나물요리가 있는 맛집들이 계속 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산에 나물’은 생긴 지 7년 되었다. 이름처럼 산에 가야 먹을 법한 나물들이 9~10가지 나온다. 값이 조금 비싼 게 흠이지만 맛나다. 나물은 무한 리필 된다.

‘산에 나물’ / 02-732-2542 / 점심 특선 2만2000원, 저녁 3만~8만원. 부가세 별도 / 낮 12시~오후 3시, 오후 5시30분~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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