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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키워지지 않는다

등록 2011-03-03 09:35

[매거진 esc] 아저씨의 대중문화 분투기
지난 일요일 오후 6시30분이 넘은 시각. 회사에서 당직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왔다. 문화방송에서 ‘세시봉 콘서트 앙코르방송을 하고 있으니 빨리 티브이를 틀어보라’는 내용이었다. 소녀시절 이장희가 디제이를 보던 동아방송의 ‘영시의 다이얼’을 듣느라 밤잠을 설쳤다는 그의 마음을 잘 아는지라 얼른 텔레비전을 켰다.

저녁 편집회의에 들어가느라 다 못 본 나는 다음날 다시보기로 앙코르방송 1, 2편을 모두 보았다. 지난해 문화방송 <놀러와>와 <황금어장>에 출연한 조영남·송창식·윤형주·김세환 등 세시봉 멤버의 노래를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여러 가지 감상이 회오리처럼 물밀듯 밀려왔다.

이장희가 앙코르무대에서 들려준 영화 <별들의 고향> 삽입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여전히 감미롭고 서정적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몰래 본 <별들의 고향>도 떠오르고, 윤형주의 촉촉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어제 내린 비>도 덩달아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당시 그들의 음악은 듣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서정성이 있었고, 몇십년 만의 텔레비전 무대에서도 그것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처럼 난 그들의 무대를 보고 생각한다. 가수란 키워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거라고. 기획사에 스카우트돼 아무리 오랜 시간 훈련받는다고 해서 세시봉 같은 목소리의 울림을 들려줄 수 없다고. 그리고 또 생각한다. 우리는 왜 그들을 오랫동안 볼 수 없었을까. 내가 박정희 정권을 미워하기 시작한 것도 그들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박정희 정권은 1970년대 중반 청년문화의 상징이었던 통기타 가수들을 대마초 사건으로 묶어 방송과 무대에서 그들을 추방했다.

일본에 있을 때 대학시절 즐겨 듣던 포크가수 이노우에 요스이의 특집 프로그램을 <엔에이치케이>(NHK)에서 본 적이 있다. 젊은 시절과는 또다른 깊이를 들려주던 그의 후반작을 듣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평생 록음악만 추구하다 50대 후반에 숨진 어느 록스타의 장례식에 4만명이 넘게 몰린 추도객도 보았다. 우리는 왜 세시봉 멤버에게서 옛날 노래만 듣고 추억과 회상에 젖어야 하는가.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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