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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결정권의 주인은 나입니다

등록 2011-03-24 13:40수정 2011-03-24 16:04

내 인생 결정권의 주인은 나입니다
내 인생 결정권의 주인은 나입니다
[매거진 esc]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Q 옛 연인과 바람피우다 두번 걸린 남편, 이혼하고 싶지만…

3살 된 아들을 둔 결혼 5년차 주부입니다. 남편이 바람피운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전에도 물증은 없었지만 저를 많이 속상하게 했습니다. 물론 저를 사랑하는 걸 많이 표현하고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 여름 우연히 메일을 보고 꽤 깊이 사귄 여자가 있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여자가 멀리 가게 돼 헤어졌지만 가까이 있었다면 또 모르죠. 울며 사정하며 잘못을 빌어 어렵게 다시 가정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집도 사고 증축 계획도 세우면서 아이 때문에, 그리고 가정이 주는 달콤한 행복 때문에 가까스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저에게 용서를 빈 이후에도 그 여자와 사랑한다는 메일을 주고받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너무 행복해서 그때 헤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가정을 깨고 싶지 않지만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아들 때문에 가지 못한다는 메일을 보고도 같이 있는다면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스스로를 나중에 싫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꾸 책 제목이 어른거립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혼자 가기 두려운 마음이 너무 크지만 지금 상태도 괴롭습니다.

A 배우자의 외도가 들통났을 때 보통 여자들은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상대편 여자에게 화를 내거나 내 남편에게 화를 내거나. 전자는 상대편 여자가 내 순진한 남편을 홀린 나쁜 여우라고 덮어씌웁니다. 왜? 남편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기 위해서죠. 반면 후자는 상대편 여자는 알 바 아니고 진짜 문제는 남편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바람피워서 분노하는 수준을 넘어, 남자의 근본적인 ‘자질’을 묻고 있는 거지요.

“이혼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건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외도가 발각되었을 때 대개 이러죠. 물론 결혼을 해도 사람 마음까지 잡아둘 수는 없습니다. 들통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 죄책감 때문에 아내에게 더 잘한다고 하면 할 말도 없습니다. 그런데 들통나면 어쩔 거냐고요. 그래도 이별할 생각이 없다,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신 이런 일 없다고 해도 누가 보장해요? 보장이 없다는 것은 아내가 지금 상처받은 것도 모자라 앞으로도 평생 그 의심 섞인 불안감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바람은 아무나 피우는 게 아닙니다. 아내와 이혼할 용기와 체력이 없다면 바람 같은 거 피우질 말아야 합니다. 이혼을 당해도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만 해야 합니다. 평온한 가정을 깨고 싶지 않다, 단지 자극이 필요했다, 이건 그냥 ‘바람’이니까 괜찮다고 하는 것은 너무 제멋대로입니다. 그러니까, 바람을 피웠다는 그 사실이 나쁘다기보다(그건 때로는 불가항력), ‘다 놓치고 싶지 않다, 어쩔래 배 째’ 하는 그 뻔뻔한 멘탈리티가 역겨운 것입니다.

다른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여자랑은 도저히 헤어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혼신을 다해 바람이 아닌 사랑을 해야 합니다. 내 가정이 깨져도 상관없다, 차라리 이참에 들통나서 속 시원하다 정도의 각오도 없이 바람피우는 것은 도리어 아내를 더 깊이 상처 입히는 거니깐요. 올인의 대상이 되지 못한 여자보다도 못한 너절한 존재가 돼버린 거잖아요?

결혼하던 그날,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설마 다른 사람을 좋아하랴 싶었는데 좋아하게 된 것처럼, 이혼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혼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혼이 본능적으로 두려워집니다. 쉬운 일이 아니니깐요. 하지만 이 결혼생활이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계속해나가는 것은 더욱 괴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진심 어린 반성과 용서, 희망 하나 없이 결혼이 뭐 원래 이런 거지, 남자한테 뭘 바래 식의 체념을 안고 여생을 살아갈 바에야 이혼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양육비 내기 싫고, 아이 못 보는 게 싫어 애정 없는 아내와 사는 남편, 생계 걱정이 싫고, 이혼녀의 낙인이 싫어 하는 수 없이 참고 사는 아내, 이거야 원, 미지의 불행을 피하려고 예측 가능한 불행을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겠다고 미리 손든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죽을 때 다 돼가지고 ‘당신한테 진 빚이 많네. 고마워’라며 쭈글쭈글 손을 잡는 노부부,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끝까지 합리화하기는.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아마 지금 당신은 그 어떤 행동도 못 취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직 여러 뜨거운(사랑·질투·분노 등) 감정이 남아 있으니까. 한참은 더 울고 싸우고 애원하고 화해하고를 반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을 확 비우는 시점이 오겠지요. 기든 아니든 그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타이밍.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때가 오기까지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를 만들어 놓는 것뿐입니다. 결혼은 종신보험이 아닙니다. 정신적, 경제적으로도 독립되어 있고, 세상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만들어 놓아야 헤어지든 말든 내 인생의 결정권을 내가 가지게 됩니다. ‘바람피우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와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이 한 입에서 같이 나오는 동안에는 본인 스스로도 헷갈려서 어쩌지도 못하고 끙끙 앓고만 있지요. 사람들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공지영 작가를 얘기할 때 세 번 이혼을 ‘했다’고 하던데 전 ‘했다’가 아닌 ‘할 수 있었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싶은 기분이랄까.

임경선 칼럼니스트

※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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