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메카에서 김부현 피디가 추천한 영화스러운 식당들
부산 하면 영화, 영화 하면 부산 아닌가. 일제 강점기의 주택과 1970~80년대 풍경이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골목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탄탄한 시나리오의 소재가 된다. 1000만명 넘게 본 <해운대>와 칸 영화제 수상에 빛나는 <올드보이>, <친구>, <무적자> 등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는 셀 수 없다. 지금도 부산은 ‘촬영중’이다. <펀치라인>(감독 박중구, 주연 유동근·김정훈)은 최근 부산 촬영을 마쳤고 <미스 고(GO)! 프로젝트>(감독 정범식, 주연 고현정·유해진)와 <퍼펙트 게임>(감독 박희곤, 주연 조승우·양동근)은 열심히 찍는 중이다. 밤샘 작업이 다반사인 영화 촬영은 체력이 필수다. 영화사 제작부장과 피디는 스트레스를 풀어줄 맛난 곳을 찾는 것도 중요한 업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맛집 고수가 배출되기도 한다.
<펀치라인>의 김부현 피디는 배우 유동근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맛집 정보를 꿰고 있다. 미포 오거리에 있는 ‘김선장횟집’(051-743-2259)에서는 밤새 감독과 배우가 작품에 대해 토론했고, ‘속씨원한 대구탕’(051-744-0238)에서는 속을 풀었다. “횟집의 다슬기죽은 부드럽고, 막 썰어 담은 회는 상쾌한 기분을 줍니다.” 24시간 영업하는 ‘속씨원한 대구탕’은 영화인들의 단골집이다. 벽 한쪽에는 영화인들의 사인이 가득하다. 하정우도 <황해>를 촬영하는 동안 이곳을 찾았다.
김씨는 배우들이 더위로 다크서클이 아래턱까지 늘어지면 ‘최가네밀면’(051-746-8580)에 데려간다. 진드기 같은 더위 추방 비법이다. “세 명이 한 조로 가면 좋아요. 밀면 각각, 비빔면 한 개를 나눠 먹죠.” 영화인들에게는 10% 할인해주는 곳도 그가 챙겨둔 맛집이다. ‘헬로타이’(051-731-5033)는 비키니와 여름 해수욕장의 흥겨움에서 소외된 외로운 감정을 달래준다.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피곤을 푸는 곳은 해운대시장 안에 있는 ‘소문난 자갈치산곰장어’(051-743-5340)였다. 배우들의 단골집도 생겼다. 부산이 고향인 배우 김윤석은 <황해>를 촬영하는 동안 해운대의 ‘동백섬횟집’을 찾았고, <무적자>에 출연한 조한선은 ‘미포 언양숯불갈비’를 주변에 추천했다. 영화인들이 찾은 곳은 이른바 대박을 친다. <해운대>의 주인공 만식이(배우 설경구)의 집이었던 ‘마라도횟집’은 대형 펼침막을 걸어 둘 정도로 명소가 되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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