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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보고 별 보고 운 좋으면 불곰도 보고

등록 2011-07-21 11:23수정 2011-07-22 17:09

홋카이도 시레토코 반도
오호츠크해 바라보는 북녘의 반도…여기가 일본 최후의 비경이다
겨울이면 섬 전체가 적막한 설국이었다가, 여름이면 짙푸른 생명의 땅으로 거듭나는 곳. 일본 열도의 북쪽 끝 홋카이도(북해도)다. 일본을 이루는 주요 4개 섬 중 두번째로 큰 섬으로, 남쪽 끝 규슈의 2배에 이른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열차(JR 홋카이도)를 타고 홋카이도 동쪽 도토(道東) 지역으로 이동해 한여름의 눈부신 자연경관과 생태 여행지를 둘러봤다. ‘JR 홋카이도’ 여객사업본부 이케다 다다시 과장은 “일본 최북단 오호츠크해를 낀 지역이므로, 방사성 물질 오염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홋카이도 동쪽 시레토코반도는 일본의 ‘마지막 비경’으로 일컬어진다. 반도의 절반(3만8000여㏊)과 연안(2만여㏊)이 국립공원이다. 2005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오호츠크해를 향해 북동쪽으로 길게 뻗은 반도의 끝 부분이다. ‘시레토코’는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의 말 ‘시리에토쿠’(땅의 끝)에서 비롯했다. 육지 쪽은 불곰·흰꼬리수리·부엉이·사슴·북극여우 등이 사는 원시림이고, 바다 쪽은 바다표범 등이 살고 향유고래·밍크고래·귀신고래 등이 오가는 고래 회유지다.

나무다리 타고 쪽빛 호수 탐방

시레토코 국립공원의 80%는 생태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지만, 일부 지역에 제한적으로 탐방로를 설치해 동식물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게 했다. 광활한 초록빛 구릉에 하늘빛을 담은 다섯개의 호수가 올망졸망 몰려 있는 ‘시레토코 5호수’ 주변 탐방로도 그중 하나다. 시레토코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생태 탐방로다. 경치도 멋지지만, 사슴·독수리 등은 물론 운 좋으면 불곰까지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격성 강한 불곰의 활동기(5~7월)여서 탐방로도 일부만 개방하고 있습니다.” 습지로 이뤄진 구릉에 설치된 높이 4~5m의 나무다리 탐방로를 안내하며 이와야마 나오(46) 해설사가 말했다. 탐방로는 2개 코스가 있다. 제1호수까지 안전하게 산책하고 돌아올 수 있는 고가 나무다리 코스(800m)와 4개의 호수를 숲길을 따라 둘러보는 2.5㎞짜리 지상 탐방로다. 지상 탐방로는 예약한 뒤 불곰 대처요령 등 필요한 강의를 듣고, 10명 단위로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둘러볼 수 있다.

이와야마는 “얼마 전엔 불곰이 나무다리 바로 옆에서 새끼를 낳았다”며 “5호수 주변에서만 30여마리의 불곰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불곰이 호수 주변으로 내려오는 건 물가에 많이 사는 사슴을 노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무다리 가장자리엔 불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전기가 흐르는 차단선도 설치했다. 불곰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무다리를 따라 거니는 맛이 각별했다. 산죽과 억새류 무성한 구릉에 4~5m 높이로 굽이치는 나무다리가, 정상에 덮인 흰구름이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리는 라우스산(1660m) 줄기와 어울려 그림 같았다. 라우스산은 시레토코의 최고봉이다.

물길 따라 해안 기암절벽 감상

시레토코 국립공원 탐방의 거점은 포구마을 우토로다. 시레토코 8경 중 하나인 거대한 오론코 바위를 바라보며 관광선을 타면, 시레토코반도 북동쪽 해안의 깎아지른 절벽과 각양각색의 동굴, 바다로 떨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들을 차례로 감상할 수 있다.

해안 풍경을 한결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이 눈 시릴 정도로 강렬한 빛의 어울림이다. 음영 짙은 암갈색 바위 절벽과 흰 갈매기 떼, 쪽빛 바다와 진초록 숲, 아직도 곳곳에 잔설을 품고 새하얀 구름 모자를 눌러쓴 암녹색 고봉들과 새파란 하늘빛이, 층층이 쌓이고 겹쳐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 빛들 사이사이로 철새가 날고, 고깃배들 일렁이고, 장쾌한 폭포 물줄기도 쏟아져내린다. 선상 매점에서 파는, 유빙 녹인 물로 빚었다는 ‘유빙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 빛의 향연이 한층 현란해진다. 1시간30분, 3시간45분짜리 두 코스를 하루 4~6회 운항한다.

별자리 보고 야생동물 관찰

오호츠크해(홋카이도 동쪽 해안 방향)로 떨어지는 황홀한 해넘이를 감상한 뒤 떠나는 밤 여행. 우토로의 시레토코호텔 등 일부 호텔 앞에서 저녁 8시에 출발하는 ‘별의별 볼 일 많은’ 야간 투어다. 주변의 빛이 차단된 숲 안 평지로 들어가 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무수한 별들과 별자리, 별똥, 은하수 건너 흘러가는 인공위성까지 관찰하고 돌아온다.

별 보는 것도 재밌지만, 오고 가는 길에 버스에 앉은 채 차창을 통해 관찰하는 야생동물들의 활동도 흥미롭다. 안내원이 익숙한 솜씨로 플래시를 비춰 먹이활동에 나선 북극여우나 사슴 등을 찾아낸다. 사슴들은 한낮에도 산과 들, 길가에서 개·고양이처럼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여우는 밤에 주로 관찰된다. 안내원이 몇 차례에 걸쳐 찾아낸 북극여우들 중 일부는 뱀을 잡아먹고 있었다.

이밖에 새벽에 버스로 출발해 해안절벽 위 산길을 따라가며 사슴 등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새벽 에코 투어에도 나서볼 만하다. 우토로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라우스초에서 출발하는 고래 관찰 크루즈(3시간 코스)도 있다. 돌고래 떼와 간혹 향유고래·귀신고래도 만날 수 있다. 우토로 들어오기 전 해안도로 옆에서 만나는, 시레토코 8경 중 하나인 오신코신 폭포(높이 80m)의 부챗살 같은 물줄기도 볼만하다.

시레토코반도(홋카이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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