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화장품 읽어주는 남자
남자들이 단순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상황이 둘. 하나는 소개팅 의사를 물어보면 누구 할 것 없이 “예쁘냐?”고 묻는 것과 피부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남자 화장품 뭐가 좋아?”라고 물을 때. 같은 남자로서 남자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외모를 따지는 건 본능에 가깝고, 솔직히 예쁜 여자 싫어할 남자는 없으니까. 하지만 남자 화장품 뭐가 좋은지 묻는 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스킨과 로션이 전부였던 때와 비교하면 몇 년 사이 남자를 위한 화장품이 정말 다양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는 질문 하나. 왜 남자 화장품을 쓰나? 남자니까? 남자와 여자는 피부 구조가 다르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남자는 여자보다 혈관도 더 많고, 남성호르몬 영향으로 피지도 더 많다. 이런 이유로 모공도 더 넓고, 피부 온도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 피부의 두께도 20% 정도 더 두껍다. 또 한가지, 매일 하는 면도는 제아무리 섬세하게 신경을 쓴다 해도 피부에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의 피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화장품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하나씩 짚어보자. 일단 남녀의 피부 차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수치다. 남자 중에도 남성호르몬이 적거나, 모공이 좁고, 유분도 별로 없고, 심지어 수염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남자에게 항염 효과를 이유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알코올이 들어간 토너가 필요할까?
또 남자의 피부는 두꺼워서 침투력이 더 좋은 제품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피부 속 진피층까지 침투하려고 기를 쓰고 만든 여자 화장품은 침투력이 남자를 위한 것보다 못하다는 이야기일까? 다음은 면도. 수염을 깎아 피부에 자극을 줬다고 해서 꼭 알코올이 들어간 토너로 소독하듯이 닦아낼 필요는 없다. 모든 토너에 알코올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다만 알코올이 주는 시원함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자세가 위험하다는 거다.
화장품도 기호 상품이다. 피부 상황에 필요한 성분과 향, 가격, 디자인이 마음에 들 때 비로소 지갑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니까, 남자 제품을’ 같은 기준으로 폭을 좁히고 나면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화장품 회사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수치로 계산된 적당한 기준선이지, 정확하게 콕 찍어서 나눈 게 아니니 말이다. 그러니까 비비크림 하나로 얼굴 위에 생긴 모든 뾰루지가 다 가려질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남자의 피부라는 틀 안에 스스로의 피부를 가두지 말고, 지금 피부 상태에 필요한 제품을 고르는 것에 집중하자. 귀찮은 걸 핑계로 그냥 남자 것 아무거나 달라고 하기에는 좋은 화장품이 정말 많으니까.
황민영 <얼루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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