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 기자 제공
[매거진 esc] 주말 어쩔 거야
주말은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집을 나서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그 길바닥에 쏟아야 하는 시간을 떠올리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고민을 내팽개치고 꽉 막힌 도로로 들어서는 일은 드물다. 다만, 예외적인 시기. 제철 음식이 떠올라 미뢰가 간질간질해 참을 수 없을 때이다. 봄이 오면 나무가 터질 듯한 생명력을 뿜으며 자랑한다. 이때, 함께 물오르는 오동통하고 쫄깃한 식감의 주꾸미는…. 알다시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알까지 밴 주꾸미를 한입 가득 넣고, 오물오물거릴 때의 행복감이란.
어쨌든 이번 주말에는 ‘어쩔 수 없다’며 게으름 피우지 않고, 주꾸미가 나는 서해안, 충남 태안으로 떠나기로 했다. 2007년 12월 수습기자 시절 ‘태안 유조선 침몰 사건’을 현장에서 취재했던 선배, 동료와 함께. 어지러운 기름 냄새가 바닷바람에 섞여 실려오던 그때, 태안 앞바다는 죽음이었으나 다시 생명은 숨쉰다.
선배와 동료의 얼굴을 떠올리자면, 서해안 주꾸미 맛여행은 ‘술여행’으로 방향 선회할 가능성이 89% 정도. 그런데, 이것 역시 ‘어쩔 수가’ 없다. 4년여 전의 취재 무용담과 그간 묵혀둔 속내를 꺼내놓는 데는, 어느 정도의 취기가 필요할 테니까. 인터넷에서 길찾기 검색창을 띄웠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충남 태안에 이르는, 고속도로가 아닌 길을 찾아야겠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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