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템플스테이 하면 뭐가 떠오르나? 몇 사람에게 물었다. 첫째 외국인, 둘째 참선·108배, 셋째는 엄격함·고행이었다. 이런 대답들, 아직 사찰 체험이 대중화되지 못했음을 알려준다. 템플스테이의 출발이 10여년 전 외국인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됐고, 독특한 문화 체험에 열광하는 외국인 참가자들이 많으니 첫째 대답은 그렇다 치자. 둘째, 셋째는 좀 아니다. 사찰 체험이, 엄격한 통제 아래 참선(죽비 얻어맞으며!)을 하고, 고통 속에 108배를 올리며 아, 세상은 고해이니 끝없이 갈고닦으며 착하게 살아야겠구나 하고 돌아오는 걸로 인식하는 건 아닐까. 물론, 그런 프로그램이 있긴 하다. 하지만 사찰 체험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주말 즐기기가 대세다. 전국 115개 절에서 갖가지 프로그램이 철마다 업그레이드돼 진행된다.
이번 봄철 프로그램을 보자. 간장 담그기, 봄나물 뜯기, 쑥밥·쑥탕 만들어 먹기, 단청 그리기, 꽃사진 찍기 대회, 브로치 만들기, 야생화 트레킹, 별자리 관찰, 동네 유적 탐방 등등. 스님들도 이제 폼만 잡지 않는다. 좀더 대중 속으로 다가가는 방식을 짜내, 즐겁고 쾌활하게 지내도록 이끄는 스님들이 많다. 사찰 체험은 스님 흉내를 내다 오는 게 아니다. 중은 중이요, 직장인은 직장인이다. 절집 체험을 하며 주말을 즐기면 된다. 이번 주말 연초록 파도에 휩싸인 산자락의 절집을 쉼터·놀이터 삼아보는 건 어떨까.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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