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그 남자의 카드명세서
게으름 피울 때마다 경고 메시지 보내는 엘지(LG)전자의 디지털 만보기 ‘라이프그램’
게으름 피울 때마다 경고 메시지 보내는 엘지(LG)전자의 디지털 만보기 ‘라이프그램’
겨우내 퇴적을 거듭했던 살들이 이제야 무서워졌다. 여름이 오면 더는 튼실한 몸을 가려줄 수 있는 겉옷 따위, 입을 수 없을 테니까. 지금이라도 뭔가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불규칙한 생활 패턴 탓에 선택지는 생각보다 적었다. 퍼스널 트레이닝은 시간 대비 효율이 높지만, 너무 비쌌다. 헬스장?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건 해볼 만큼 해봤고, 실패할 만큼 실패했다.(하루이틀 가고 말았던 게 도대체 몇 번이던가.) 먹는 걸 줄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역시 경험상 힘든 일이었다. 알고 있다. 핑계가 많은 건 ‘다이어트 루저’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차라리 일상의 운동량을 늘리자 생각했다. 자동차 대신 도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 활동량을 어떻게 체크할 것이며, 게으름과의 타협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던지, 시중에는 개인의 활동량을 상시 체크해주는 이른바 디지털 만보기가 꽤 나와 있다. 나이키의 ‘퓨얼밴드’, 모토롤라의 ‘모토액티브’, 엘지(LG)의 ‘라이프그램’(사진) 정도가 눈에 띄는 제품들이다.
사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퓨얼밴드와 모토액티브였다. 두 제품 모두 매력은 있었지만 퓨얼밴드는 아저씨가 차기에는 오색찬란한 발광다이오드(LED) 라이트가 좀 부담스러웠고, 모토액티브는 ‘뭘 저렇게까지’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지나치게 고성능이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가격. 퓨얼밴드는 30만원대, 모토액티브는 40만원대였다. 봄이라 가뜩이나 지인들의 결혼식이 많아 통장이 비었기에 부담스러웠다. 내게 필요한 건 첨단 기능 같은 게 아닌데. 내 운동량을 체크해주거나, 잔소리만 좀 해줄 수 있으면 되는 건데. 그렇게 고심 끝에 엘지 라이프그램을 골랐다.
이 녀석도 3축 가속 센서와 진동 센서 등을 바탕으로 이동 거리나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기본적인 기능은 같다.(체감상의 정확도는 아주 만족이다.) 대신 다른 제품들보다 훨씬 심플하다. 손목시계 모양의 형태에 나타나는 정보는 딱 필요한 기능만, 필요한 만큼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적절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13만원 정도에 팔고 있어 헬스장 한달 다닐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구입 뒤 만족도는 꽤 높다. 달리기 같은 역동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가사나 사무 활동 같은 작은 움직임도 꽤 정확하게 측정해주는 것도 좋았지만 제일 맘에 드는 건 자꾸 주인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거다. 예컨대 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누워 있으면 손에서 진동이 울린다. 운동하라는 거다. 스트레칭이라도 하라거나, 산책이라도 하라며 자꾸 나를 채근하는 메시지들. 쉽게 타협하는 나와 달리, 이 녀석은 기계라 타협이 없다. 그래,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이렇게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트레이너였다. 기계에게 ‘갈굼당하는’ 게 짜증나서 휴일에도 자꾸 움직이게 되는 걸 보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최근에는 하루의 목표 칼로리를 정해두고 거기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퇴근할 때까지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일부러라도 걸어서 목표치를 달성하고 난 다음 들어간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꾸준히만 할 수 있다면 올여름에는 굳이 배에 힘 안 주고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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