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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고 뽑고 심고

등록 2012-05-30 18:07

김정효 기자
김정효 기자
[매거진 esc] 주말 어쩔 거야
나무 심는 일이 어렵다고? 땅을 판다. 묘목을 넣는다. 흙을 덮는다. 물을 준다. 끝. 손가락 굵기 묘목 겨우 열그루 심는 일이 어렵다면 어떤 일이 쉬운 일인가. 한번도 나무를 심어보지 않은 아내가 두번 심어본 나에게 말했다. “잘못 심으면 나무 다 죽는대.”

얼마 전 고향 집에 나무를 심기로 했다. 읍내 묘목상에서 과일나무 묘목 열그루를 골랐다. 주인이 밤나무 묘목 하나를 더 주며 말했다. “어려울 거 하나 없어요.” 한시간 안에 끝내자. 삽질을 시작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구덩이를 팠다. 웬 돌이 그리 많은지, 삽날은 돌덩이의 강한 반발에 힘을 못 썼다. 돌 밑엔 더 큰 돌이 있었다. 나무뿌리와 폐비닐더미가 돌과 흙더미를 끌어안고 놔주질 않았다. 겨우 구덩이 하나를 파고 묘목 뿌리를 넣어보니, 턱도 없었다. 구덩이 열개 파는 데 두시간이 걸렸다. 다섯그루를 심고 녹초가 되어 쉬는데 아내가 말했다. “엥, 남의 땅에 심었네. 경계선 바깥이잖아.” 다시 땅을 파고 묘목을 뽑아 옮겨심는 데 두시간이 걸렸다. 아내가 말했다. “잠깐, 나무 거리가 너무 가깝네.” 두그루를 뽑아 다시 땅 파서 옮겨심고 물 주는 데 한시간이 걸렸다. 열한그루를 심자 해가 졌다. 파김치가 돼 널브러진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쉬워?”

이번 주말에 어쩔 거냐고? 나무 심으러 간다. 얻어놓은 산벚나무 묘목이 있다. 무려 열다섯그루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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