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주말 어쩔 거야
지리산은 적어도 이틀거리다. 그렇다고 속을 내어주지 않는다. 골에서 피어오른 운무가 수시로 산허리를 감싸기 때문이다. 지난 8~9일 음정~벽소령~세석~거림 코스를 다녀왔다. 첫날 내린 비는 퍽퍽한 등산로를 윤택하게 만들었지만 다음날 좌우 계곡에서 올라온 물안개가 시야를 가려 굽이굽이 산세는 기억으로 감상해야 했다. 그런 까닭에 산행은 앞뒤 산행 동료와 간단한 대화를 빼면 자신과의 드잡이가 주였다. 한해 동안 방치한 몸에 쌓인 비곗덩어리가 발목을 잡았다.
세석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거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문제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장마철을 앞두고 산행로를 정비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모아들인 돌로 깊이 파인 길을 고르는데, 돌과 돌 사이를 황토로 메운 게 화근이었다. 언뜻 보면 길은 정원처럼 곱상하지만 기껏 골라 디딘 돌은 습기 먹은 흙과 합세해 등산화를 비틀며 밀어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여러 차례 엉덩방아를 찧었다. 인부들에게 어려움을 하소연하니 공단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 온 뒤 돌길은 이끼와 더불어 낙상하기 십상. 거기에 황토까지 발라놓았으니…. 지리산이 속살을 내어주지 않는 대신 오랜만에 오른 등산객의 속살을 까뒤집었다. 엉덩이에 붙은 비곗덩어리가 받쳐주었기에 망정이지 꼬리뼈가 외출할 뻔했다.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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