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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 신공도 고수 아래 하수로다

등록 2012-07-04 17:15수정 2012-07-07 15:44

김산환 제공
김산환 제공
[매거진 esc] 김산환의 캠퍼캠퍼
캠핑 경력 쌓일수록 늘어가는 짐싸기 요령, 그러나 싸기보다 중요한 건 줄이기
캠퍼들끼리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테트리스 신공’이란 게 있다. 게임 이야기가 아니고, 캠핑장비 수납 기술을 뜻하는 말이다. 오토캠핑을 가려면 장비를 차에 실어야 하는데, 캠핑장비가 좀 많은가? 이때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이, 한정된 차의 수납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캠핑장비를 차곡차곡 싣는 노하우. 이것을 일컬어 테트리스 신공이라 부른다.

실제로 캠핑장비 수납 기술은 고수와 초보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동일한 차량에 동일한 장비를 싣는다 치자. 고수는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이 빈틈 하나 없이 치밀하게 수납을 하는 반면, 초보는 장비 몇 개만 넣어도 트렁크가 닫히지 않는 비극을 맞는다. 고수들은 장비의 부피와 무게 등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 수납의 순서와 자리 등을 훤히 꿰고 있다.

또 고수들은 차의 빈 공간을 찾아내 수납공간으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승용차 뒷자리를 편안한 침대로 만드는 신통력을 발휘한다. 모양이 원통형이거나 어중간해서 트렁크에 넣으면 공간만 차지하는 것들, 더치오븐이나 코펠 등으로 뒷자리 발 놓는 자리를 채운 뒤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깔아 아이들이 차 안에서 뒹굴면서 갈 수 있게 한다. 우산이나 길쭉한 물건은 운전석 옆 아래쪽, 납작한 물건은 뒷좌석과 문 사이에 꽂아 가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테트리스 신공에도 한계는 있다. 장비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일은 차를 바꾸는 일이다. 하지만 가장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다음은, 차량 지붕에 보조 장치를 매다는 것이다. 승용차도 침낭같이 부피 큰 장비들을 루프백에 넣어 지붕에 매달고 가면 수납공간이 아주 많이 늘어난다.

수납 고민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뭘까? 그건 장비를 줄이는 것이다. 초보 때는 장비를 많이 가져가야 고수처럼 보인다고 믿는다. 또 처음 산 장비들을 캠핑장에서 멋지게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수납공간이 부족해도 뻘뻘 땀을 흘리며 장비를 꾸역꾸역 차량 속으로 밀어넣는다.

하지만 캠핑 이력이 늘면 늘수록 장비에 대한 욕심은 사라진다. ‘캠핑은 작은 불편을 즐기는 일’이라는 캠핑의 진리를 되뇌며 장비를 하나둘씩 내려놓게 된다. 진정한 고수들은 혼자 떠날 때 이것저것 다 넣어도 쇼핑백 하나면 충분하다. 장비를 줄이면 여유가 생긴다. 캠핑 준비를 할 때도, 사이트를 꾸릴 때도, 철수를 할 때도 바쁠 이유가 없다. 보통 사이트를 구축할 때 2시간쯤 걸린다면, 작은 돔 텐트를 이용하고 장비를 줄이면 30분이면 충분하다. 고수들도 처음에는 장비에 대한 끝없는 욕심에 테트리스 신공을 발휘하는 데 목숨을 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통과해야 비로소 장비를 줄이는 진짜 고수가 되는 것이다.

김산환의 캠퍼캠퍼 <캠핑폐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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